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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라디오가 내게 말했다 뭐가 그렇게 당연했던 걸까. 간신히 버틴 하루가 어깨 위로 가차없이 무너져내리는 일상의 끝. 견고히 두른 무심함 사이로 순간순간 날을 들이미는 울화와 설움을 꾹꾹 참으며 라디오를 켰다. 배캠은 정말로 오랜만이다. 한때는 내 나날의 끝을 알리던 프로그램이었다. 그게 벌써 십육칠년 전 이야기다. 가장 마지막으로 들은 건 아마도 작년 말. 시간을 뛰어넘어 만난 배캠에선, 김영하 작가의 약간 더 결이 곱고 조금은 더 가벼우며 미지근한 속도감이 단어마다 뒤따르는 특유의 목소리가 배철수 아저씨의 느긋한 음성을 대신하고 있다. 철수 아저씨의 휴가를 메우기 위한 스페셜 DJ가 됐다며, 페이스북 페이지에 남긴 그의 글을 본 기억이 났다. 문득 털어놓고 싶었다. 무장해제 상태로 튀어오르려는 감정의 생니들이 혹여나 잇자욱을.. 2019. 8. 16.
모든 것을 사랑하리 나를 웃게 하는 것들 너머 울어버리게도 만드는 모든 인간과 사건과 감정과 순간들까지 소중히 끌어안으며 사랑해야지. 내게 찾아온, 내가 찾아갈 모든 나날과 낱장과 인연을 남김없이 품으며 힘껏 사랑해야지. 2019. 8. 8.
또 한 번의 글연(緣) [오마이뉴스] 30대에 알았다면 좋았을 것들 - "선배 때문에 힘들었어요" 믿었던 후배의 폭탄선언 https://m.news.naver.com/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047&aid=0002234201 [30대에 알았다면 좋았을 것들] "선배 때문에 힘들었어요" 믿었던 후배의 폭탄선언 완벽한 선배와 후배는 존재하지 않는다 [오마이뉴스 글:신소영, 편집:이주영] 사십 대에 접어드니 지나온 시간이 이제야 제대로 보입니다. 서른과 마흔 사이에서 방황하던 삼십 대의 나에게 들려주고픈, 지나갔지만 늦진 않 news.naver.com --- 글연이라는 게 있다고 믿게 되는 또 한 번의 순간. 지금의 내게 너무나 필요했던 말들이 아닌가 싶다. 불과 1~2년 전의 내가 이런.. 2019. 7. 21.
느닷없이 찾아오는 것들 벼르고 고민하던 맥북을 샀다. 제법 시일이 걸릴 줄 알았는데 웬걸, 하루 만에 받았다. 예상 도착일이 다음주 월요일이었던가. 마음의 준비(?)를 하기엔 충분한 시간이라며 늘어져 있었는데, 어쨌든 왔다. 그렇게 나는 꽤나 느닷없이도 맥북 유저가 됐다. 근 20년 넘는 윈도우 인생을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맥의 생태계에 당혹스러워하며 정말로 오랜만에 노트북으로 포스팅을 해 보는 날이다. 문득 맥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은 멀어보였던 E언니가 작년 이맘때 갑자기 "나 맥북 샀어" 하며 내게 본인의 짧은 소설을 보여주던 날에 느꼈던, 참 뜬금없다 싶은 - 모처럼의 연락이 그런 거라는 데 대한, 그리고 내가 아는 이들 중 손 꼽히는 기계치인 인물이 맥북 유저가 됐다는 - 기분이 스친다. 단축키부터가 아예 다르게 생겨먹.. 2019. 7. 20.
작고도 큰 것 미처 몰랐던 데서 아주 작은 기댈 곳을 발견한 듯한 요 며칠이었다. 진심으로 다독여주시고 걱정해주시는 마음들 덕에 조금이나마 힘을 낼 수 있었다. 울고 싶은 찰나들 새로 스며드는 응원에 밋밋한 일상의 와중에도 진한 눈물이 울컥 쏟아지는 날들. 그 시간의 말들의 참뜻을, 한끗 차이로 곡해할 뻔한 언어들 - 하루가 다르게 올곧고도 짙게 눈앞에 다가서는 소리의 기억들 - 이 주는 울림을 따라 이따금 울어버리는 요사이의 나. 2019. 6. 25.
무지몽매 아주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별안간 낯설다. - 불현듯 사랑이 모호해졌다. 사랑을 무엇이라 말해야 할까. 챙겨주고 싶은 마음? 어떤 형태로든 아프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나를 다른 이들보다 특별하게 아껴주길 바라는 마음? 자꾸만 생각나고 궁금해지는 마음? 사랑은 무엇일까. 사랑에는 진절머리 나도록 정통하다고 생각해 왔는데, 막상 생각하려니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사랑이 무어냐는 질문의 벽에 가로막힌 나는, 세계에 입성하지 못한 이방인마냥 온종일 그 언저리만 서성이고 있다. 도대체 사랑이 뭘까. 타인과 타인이 만나 온전히 서로를 사랑한다는 것이 도대체 무엇일까. 그게 가능은 하다는 말인가. 아주 사랑했던 - 혹은 그렇다고 믿었던 - 사람(들)을 떠올린다. 어느 시점에서 뜬금없다시피 솟아올라 강렬한 열기로.. 2019. 5. 12.
이것은 무엇일까 다자이 오사무가 어느 책에선가 썼다. 단편집 속 구절이었던 것도 같다. - 사랑, 이라 쓰고 더는 문장을 쓰지 못했다, - 였던가. 처음 이 한 줄을 읽고서 그만 머리가 멍해졌던 기억이 난다. 적어도 내가 그때까지 본 사랑 예찬 중에선 감히 가장 완벽하대도 좋을 것이었다. 아니, 예찬...이라기보단 비탄과 허무와 머뭇거림과...... 사랑을 겪은 누구나 마주했을 그 공백의 크기에 한동안 멍하니 그 문장만 눈에 몇 번이나 새기곤 했다. 그때의 나는 차마 예찬하기엔 지독하게 고약하고 악랄했던 사랑의 한복판에 서 있었다. 스스로 말하려니 새삼스럽지만, 어딘지 위태로웠던 시간이었다. 미디어의 사랑에선 이런 이야기들이 없었기에 나는 혼란스러웠다. 그 사랑은 내가 결코 만날 일이 없을 거라 자부하고 장담했던 나의 .. 2019. 4.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