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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52

첫 장면 - "Che gelida manina(푸치니 <라 보엠> 중)", Luciano Pavarotti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부른 푸치니 오페라 중 Che gelida manina(그대의 찬 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지휘, 베를린 필 연주. 카라얀과 협연한 공연 중에선 파바로티 단독 버전으로 올라온 게 없다. 아쉬운 딴에나마 녹음된 버전으로. ** 이 곡에 대한 첫 장면을 곰곰이 생각해 봤다. 대학교 2학년 무렵의 장면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걸 보면 10여 년도 더 된 기억이다. 파바로티가 그해 세상을 떠났다. 그의 유명세 때문이기도 했겠지만, 그때의 내게는 좀 더 묵직한 진파를 가지고 전해진 소식이었다. 우리 아빠가 워낙에 파바로티를 좋아했다. 1970년대 중반, 그러니까 아빠의 청춘 가운데 어느 한때, 막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파바로티가 내한을 왔던 적이 있었단다. 파바로티의 등장 전이라 하면 일왕이.. 2019. 1. 20.
고백 - 델리스파이스 (김민규-스위트피- 작사/작곡) 중2때까진 늘 첫째 줄에 겨우 160이 됐을 무렵 쓸만한 녀석들은 모두 다 이미 첫사랑 진행 중 정말 듣고 싶었던 말이야 물론 2년전 일이지만 기뻐야하는 게 당연한데 내 기분은 그게 아냐 하지만 미안해 네 넓은 가슴에 묻혀 다른 누구를 생각했었어 미안해 너의 손을 잡고 걸을 때에도 떠올렸었어 그 사람을 널 좋아하면 좋아할수록 상처 입은 날들이 더 많아 모두가 즐거운 한때에도 나는 늘 그곳에 없어 정말 미안한 일을 한걸까 나쁘진 않았었지만 친구인 채였다면 오히려 즐거웠을 것만 같아 하지만 미안해 네 넓은 가슴에 묻혀 다른 누구를 생각했었어 미안해 너의 손을 잡고 걸을 때에도 떠올랐었어 그 사람이 하지만 미안해 네 넓은 가슴에 묻혀 다른 누구를 생각했었어 미안해 너의 손을 잡.. 2015. 9. 1.
BAD,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 끝인 듯 싶던 더위가 막바지 강짜를 부릴 즈음이었다. 요사이의 나는 온통 낯선 것들에 둘러싸여 있었다. 시간과 만남의 공백으로 비워두었던 온갖 것들을 채우느라 여념이 없었다. 사회는 끝도 없이 새로운 사건을 쏟아냈다. 여기저기서 토해내는 말들은 어찌 그리도 많은지. 사람들은 하루가 다르게 다른 세계로 입성할 준비를 했다. 간신히 따라잡았다 싶으면 다음날 새로운 것이 또 머리를 드밀어대는 느낌이랄까. 익숙하디 익숙한 그의 음악을 위한 여유의 틈새 같은 건 신경쓸 겨를도 없는 일상이었다.   어제는 오래토록 소식 몰랐던 소중한 이와 연락이 닿았다. 대학 내내 붙어다니던 일고여덟 명의 친구들 중에서도 가장 친했던 S. 그녀와는 정말로 대학 시절을 오롯이 함께 보냈다. 그러나 서로의 일상에.. 2015. 8. 30.
초체험 (初體驗) (?) 조짐이 보였던 건 벌써 몇 주 전이다. 잠자리에 들 적마다 속이 더부룩했다. 신경의 안정을 틈타 전해지는 몸의 뜬금없는 신호는 은근스러우면서도 진한 긴장을 불러 일으키는 법. 건 땅에 싹 돋듯 터오르는 별의별 걱정을 애써 꾹꾹 누르며, 단순히 과식으로만 탓을 돌리고 있던 터였다. 장염이었다. 예의 완벽한 증상과 함께. 요 며칠 찬밥 처리한다고 저녁엔 거의 볶음밥을 해 먹었다. 딴엔 중화요리 흉내낸답시고 파기름이다 고추기름이다 두반장이다 잔뜩 두른 채였다. 거기다 수제 카페라떼랍시고 우유에 베트남 커피까지 돌돌 타서 입가심 했더랬다. 장염 바이러스에 먹이를 떠다 준 셈이다. 생전 겪어본 적 없던 증상이라 쉽게 생각했다. 장염은 정말이지 살면서 단 한 번도 걸려본 적이 없었는데... 묘하게 당혹스러우면서도 .. 2015. 6.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