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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적분 감사 https://youtu.be/Wn9E5i7l-EgPet Shop Boys, 내려놓으니 보이는 것이 있다. 물러서니 도드라지는 것이 있다. 어젯밤 문득 그런 것들이 떠올랐다. 애꿎은 화살의 표적이 됐던 애먼 마음이 보였다. 나와 양감과 질감이 다른 시간을 건너고 있는 그에게, 나는 오직 나의 시공으로 바라보며 군마음을 먹고 있었다. 바로 그것 때문에 이 악 물고 간신히 견딘 시간이 있는데도, 나는 불과 몇 달 만에 정반대의 입장이 되어 활을 겨누고 있었다. 어젯밤 막차를 타는데 문득 떠올랐다. 이 시간은 어쩌면 그간 제대로 느끼지 못한 모든 감사한 것들을 오롯이 받아들이기 위해 주어진 순간이 아닐까 하고. 느닷없이 튀어오르는 맥박을 심호흡으로 잠재우며, 밤과 아침을 오가며 생각한다. 남은 시간만이라도 제.. 2020. 11. 10.
"My beating heart belongs to you." https://youtu.be/PVEf56z8NwMGreen Day, 온통 열기 뿐이었던 그 시간들 한가운데 적당한 습기를 품은 저녁에 이르러 몇 번이고, 자기 전까지, 그 시절의 모든 만남들을 되새기며 듣던 노래였다. 그 시간이 오롯이 밴 노래가 느닷없이 근 8년여 만에 시간을 건너 왔다. 가사 어느 한 줄 버릴 게 없어서 그때도 톡 '상메'에 몇 줄을 썼다가, 지웠다가 했다. - 요 이틀은 어느새 흩어진 그때의 '나'의 조각을 필사적으로 찾는 작업의 시간이었다. 그러지 않겠다고 언젠가의 나와 약속했었는데, 돌아보니 그새 또 너무 많은 것들을 흩놓으며 걸어와 있었다. 내가 사랑하는 것들에 너무 무심했다. 잃고 싶지 않은 기억들, 사람들, 그리고 결코 잃어서는 안 되는 나와 다시 마주했다. 아무렴 나는 .. 2020. 11. 9.
보이지 않는 것들의 무게 언젠가 이런 일기를 썼던 것 같다. 그날도 딱 오늘 같았다. 24개의 자모가 활자가 아닌 소리가 될 때, 남지 않고 보이지 않는 것이 될 때, 잔뜩 날이 선 시간을 타기까지 했을 때 그것이 어떠했는지, 얼마나 깊은 상흔으로 남는지 그처럼 생생히 느꼈던 적이 없었다. 이를 드러낸 날것의 말들은 마구 내리꽂히며 어깨 위를 짓누르고 가슴 속을 후볐다. 뇌리에 남고 기억이 됐다. 보이지 않는 것에 그토록 나는 무방비했다. 왜인지 그것은 내 안에서 다시 언어로 치환됐고, 기어이 기록으로 남았다. 그 일기를 마주할 때마다 그때의 서늘한 말들이 살아나는 건 그 때문이다. 그 기록을 무심코라도 스칠 때마다 나는 오한처럼 몸서리를 친다. 오늘, 보이지 않는 것에 또 한 번 짓눌렸다. 어디서부터 어긋난지도 모르는 그것의 .. 2020. 8. 5.
역전의 용사 기분에 지지 않기 위해 부단히도 애썼다. 나는 용사 이상의 투사라도 된 것 마냥 끊임없이 침범하는 기분과 포물선을 그리는 생체리듬의 시간차 공격을 홀로 막아냈다. 그리고 나름의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 작은 '이김'이 삶에 이다지도 힘이 될 수 있다니. 그래서 다짐한다. 잠식당하지 않겠다고, 오늘도 내일도. 기분에도 일상에도 지지 않고, 이 시간들을 다 지켜내겠다고. 무례한 언사들 속에서도 배울 시간이 있다는 것은 여러모로 고마운 일이다. 기어코 지지 않은 나를 보듬으며, 이제는 조금씩 더욱 긴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다짐하며, 또한 이 하루의 끝에 찾아온 행운에 온 힘을 다해 감사하며, 여전히 사랑하고 있음에 숨 가쁘게 기뻐하며, 작은 승리의 증거를 남겨두는 날. 2020. 5. 18.
또 다시, 감사 사건이 형성한 우주의 한가운데, 작지만 선명히 빛나는 진심을 본다. 그것은 마치 항성과도 같아서 광막한 무심(無心)의 진공에서도, 시야를 정신없이 가리는 행성과 위성의 무리에서도, 심지어 몇 백 광년 떨어진 거리에서도 빛과 열을 내뿜으며 존재를 알려온다. 그렇기에 인간은 진심 하나로 그토록 모진 것들을 견뎌내는지도 모른다. 요사이의 나는 - 채 언어의 마수로 자라진 못했으나 그럼에도 알 수밖에 없는 - 습하고 축축한 무언(無言)의 뿌리들 사이에서 홀로 온기를 내뿜는 용기를 마주하고 있다. 다 알 것 같기에 어떤 것에도 섣불리 다가설 수 없는데, 그렇기에 성큼성큼 걸어 들어오는 마음에 조용하고도 하염없이 울게 된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저 온 힘을 다해 감사하는 것뿐이다. 정말 온 힘을, 온 마.. 2020. 3. 23.
넋두리 같은 위안 도무지 출구를 찾을 수가 없을 때, 모진 말과 야속한 상황에 차오르는 눈물을 참을 수가 없는 순간에, 아무도 안 보이는 곳을 찾아 홀로 곱씹고 울 수밖에 없는 이런 날에, 벌써 몇 번이나 맞음에도 맞닥뜨릴 적마다 익숙해지지 않는 이런 찰나에, 스스로가 부끄럽고 처량한 이런 시간들에 — 마냥 지칠 때. The long and winding road that leads to your door will never disappear I've seen that road before It always leads me here Lead me to your door The wild and windy night that the rain washed away has left a pool of tears, crying fo.. 2020. 3. 12.
시간을 통과하다 시간마다 색깔이 있다. 냄새가 있고 진동이 있다. 그 시기를 구성하는 사건들의 향취가 시간의 통로마다 배어 있다. 그리고 나는 여러 양태를 지닌 그 시간들 중 하나를 건너가는 중이다. 아니, 그것을 '통과한다'는 표현이 맞겠다. 전자가 능동태의 성격을 띠고 있다면 후자는 보다 수동적이다.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진행되는 사건들, 같은 사건으로도 이럴 수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저마다 다른 사실들, 제각각의 사실이 빚어낸 세계와 그 세계를 품은 시간을 온몸으로 투과해내고 있다는 말이 가장 적확하지 않을까 싶은 날들이다. 어쩌면 시간과 세계는 오직 발화(發話)로 이루어지는 게 아닐까 싶기까지 하다. 이렇게까지 다른 이야기들이 한 사건을 향해 놀랍도록 빠른 속도로 진군할 수도 있다는 것에 때로는 소름이 끼치곤 .. 2020. 3.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