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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5

초체험 (初體驗) (?) 조짐이 보였던 건 벌써 몇 주 전이다. 잠자리에 들 적마다 속이 더부룩했다. 신경의 안정을 틈타 전해지는 몸의 뜬금없는 신호는 은근스러우면서도 진한 긴장을 불러 일으키는 법. 건 땅에 싹 돋듯 터오르는 별의별 걱정을 애써 꾹꾹 누르며, 단순히 과식으로만 탓을 돌리고 있던 터였다. 장염이었다. 예의 완벽한 증상과 함께. 요 며칠 찬밥 처리한다고 저녁엔 거의 볶음밥을 해 먹었다. 딴엔 중화요리 흉내낸답시고 파기름이다 고추기름이다 두반장이다 잔뜩 두른 채였다. 거기다 수제 카페라떼랍시고 우유에 베트남 커피까지 돌돌 타서 입가심 했더랬다. 장염 바이러스에 먹이를 떠다 준 셈이다. 생전 겪어본 적 없던 증상이라 쉽게 생각했다. 장염은 정말이지 살면서 단 한 번도 걸려본 적이 없었는데... 묘하게 당혹스러우면서도 .. 2015. 6. 12.
Human Nature 동이 틀 무렵이면 이 노래가 들린다. 알람으로 해 둔 탓이다. 감은 눈으로 들어오지 않는 아침을 귀로 먼저 맞는 셈이다. 알람이란 울릴 줄을 알아도 언제나 뜬금없게 느껴지기 마련. 꿈의 세계를 느닷없이 찔러오는 피뢰침 같은 소리에 기함하며 일어나선, 고작 십 분도 늦춰 울려주지 않는 기계의 무자비(?)에 애먼 짜증을 부리게도 된다. 그래선지 보통은 한 달쯤 들으면 웬만한 노래는 두 번도 더 듣기 싫어진다. 제 아무리 꽂힌 곡도 마찬가지였다. 한두 달은 더 들을 수 있는 걸 괜히 알람으로 했다가 질려버렸다며 순간의 선택을 탓한 적도 여러 번.   Human Nature는 다르다. 잔잔하게 일어나기 이처럼 좋은 곡이 없다. 겨울이면 여.. 2014. 8. 2.
These Foolish Things Oh, will you never let me be? Oh, will you never set me free? The ties that bound us are still around us There's no escape that I can see And still those little things remain That bring me happiness or pain - A cigarette that bears a lipstick's traces An airline ticket to romantic places And still my heart has wings These foolish things remind me of you A tinkling piano in the next apartment Tho.. 2014. 7. 24.
새삼스런 아침 한 달 여 만에 아침 조깅을 나섰다. 모처럼의 구름 한 점 없는 날이었다. 근 열흘 만이었던가. 마른 하늘이 반갑고 아까워 도무지 가만있을 수 없었다. 한여름의 깨질 듯 투명한 하늘과 기세 좋게 자리한 녹음, 햇발에 반짝이는 물빛과 무르익은 바다내음... 수없이 본 풍경이건만 새삼스럽게도 애틋했다. 횟빛 아침을 열 번이나 맞고서야 느끼는 보얀 아침의 소중함이라니. 나는 그간 얼마나 많은 일상의 가치를 놓쳐온 걸까. 작은 것에도 사람에도 늘 감사하자는 다짐은 매일의 홍수에 가라앉아버리기 일쑤. 간만의 창창한 동백섬은 그래서 고마웠다. 뛰다 걷다 하며 몇 번이고 기억했다. 곧 올 장마 전까지 많이 봐 둬야지. 그나저나 정도전 끝났다. 1화부터 봐 와선지 마음이 헛헛하다. 6년 만에 본방사수한 주말사극이었다... 2014. 7.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