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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6

어느 날 라디오가 내게 말했다 뭐가 그렇게 당연했던 걸까. 간신히 버틴 하루가 어깨 위로 가차없이 무너져내리는 일상의 끝. 견고히 두른 무심함 사이로 순간순간 날을 들이미는 울화와 설움을 꾹꾹 참으며 라디오를 켰다. 배캠은 정말로 오랜만이다. 한때는 내 나날의 끝을 알리던 프로그램이었다. 그게 벌써 십육칠년 전 이야기다. 가장 마지막으로 들은 건 아마도 작년 말. 시간을 뛰어넘어 만난 배캠에선, 김영하 작가의 약간 더 결이 곱고 조금은 더 가벼우며 미지근한 속도감이 단어마다 뒤따르는 특유의 목소리가 배철수 아저씨의 느긋한 음성을 대신하고 있다. 철수 아저씨의 휴가를 메우기 위한 스페셜 DJ가 됐다며, 페이스북 페이지에 남긴 그의 글을 본 기억이 났다. 문득 털어놓고 싶었다. 무장해제 상태로 튀어오르려는 감정의 생니들이 혹여나 잇자욱을.. 2019. 8. 16.
기사 둘 [지디넷코리아] DJ 동원한 애플뮤직, 라디오 무력화시킬까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5&oid=092&aid=0002078065 [지디넷코리아] 애플뮤직의 혁신? 멜론이 먼저! ('의도'가 읽힌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5&oid=092&aid=0002077730 2015. 7. 19.
왜 굳이 라디오를 들어야 하냐고? # 라디오가 두 가지 기능이 있다. 음악이거나 이야기다. 소리 매체이기 때문에 둘 중에 하나밖에는 없다. 예전에는 음악을 주로 들려주는 FM이 굉장히 강했지만, 또 AM이라는 게 있어서 사연을 들려주고 세상 사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 음원 사이트든 어디든 결국 콘텐츠 싸움이라는 건 다 알고 있지 않나. ...나도 고등학생 애를 하나 키우고 있는데 실용음악과 준비를 해서 뭘 찾아 들어보라고 하면 "아빠, 멜론에 없어요, 벅스에 없어요" 이런다. 그렇게 음원 사이트들도 커버를 못하고, 지상파 라디오엔 당연히 없는 음악들이 많다. ...그래서 이걸 해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다. # 라디오만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장점이라고 생각하는 게 아까 얘기했던 대화다. 요즘 밀크나 비트 같은 곳에서 스트.. 2014. 12. 31.
Heal the days 연남동 생활 이틀째다. 한층 다양해진 채널 덕에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넘실대는 작은 라디오를 켜는 게 하루의 시작이 된 일상. 오늘 아침의 선택지는 전현무였다. 위트로 중무장한, 의외로 냉철한 음성이 빠른 템포로 흘러나온다. 샤워실 문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힐 더 월드를 듣다, "김종국 씨가 팝송도 잘 부르네요" 라는 청취자 문자에 너무해~ 혼잣말하며 눈을 살짝 흘기고 웃었다. 공덕동에 있는 마트에 들러 토마토와 현미 등 이것저것 샀다. 매장이 생각보다 좁고 물건이 생각보다 없었다. 별 거 없는데도 종량제 봉투를 가득 채운 장거리들을 낑낑 들며 버스에 올라타, 다음번엔 합정동 쪽에 있는 마트엘 들러봐야겠다 생각했다. 알고 보니 공덕동보단 합정동이 이쪽서 훨씬 가까웠다는 건 방에 돌아와서야 안 사실. 참 이 .. 2014. 12.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