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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문학3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헤르만 헤세 ​ ㅡ 어쩌면 모든 예술의 뿌리는, 또한 어쩌면 모든 정신의 뿌리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일 것이다. 우리는 죽음을 두려워하고, 덧없이 사라져가는 것 앞에서 몸서리를 치며, 꽃이 시들고 잎이 떨어지는 것을 보노라면 슬픔에 빠지는 것이다. 그럴 때면 우리 자신의 가슴속에서도 우리 역시 덧없이 스러져갈 것이며 조만간 시들 것이라는 확신이 느껴지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예술가로서 어떤 형상을 창조하거나 사상가로서 어떤 법칙을 탐구하고 생각을 정리할 때면 우리는 그 무엇인가를 거대한 죽음의 무도로부터 구해 내려고 애쓴다. 우리 자신보다도 더 오래 지속될 무엇인가를 세우기 위해 애쓰는 것이다. (p.245) ㅡ 처음으로 감동을 받은 고전문학이 이었다. 책은 초등학생을 겨냥한 문고판이었다. 돌이켜보면 번역도 여기저기.. 2016. 8. 22.
<사랑할 때와 죽을 때>,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 -- "에른스트. 광신이라는 것이 때로는 개인의 이익과 일치된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엘리자베스가 씁쓸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래. 일치하는 때가 많아. 그런데도 그 점을 늘 잊고 있다는 게 정말 이상해! 일단 한번 익히고 나서 아무 생각 없이 반복하게 되면 그게 바로 상투적인 게 된다는 거지. 이 세상은 원래 라벨이 붙어 구분되어 있던 건 아니야. 인간도 물론 그렇지 않고. 아마 그 독사 같은 여자도 자기 아이나 남편, 꽃이나 귀중한 건 모두 사랑할 거야.” (pp.190-191) -- “선생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다른 사람에게서 답을 구하는 것은 결정을 회피하는 것밖에 되지 않습니다. 저도 선생님께 실제로 답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실은 자신을 향해서 물어본 것이지요. 종종 다른 사람에게 물어본.. 2015. 7. 19.
<서부 전선 이상 없다>,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 우리는 10주간의 군사훈련을 받으면서 10년 동안의 학창시절보다도 더 단호하게 변했다. 우리는 네 권으로 된 쇼펜하우어 전집보다 잘 닦은 단추 하나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놀라워하다가 그런 다음에는 분노한다. 그러다가 급기야는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식이 된다.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은 정신이 아니라 구둣솔이 아닌가 하고 우리는 생각하게 된 것이다. … 그리하여 입대한 후 3주가 지나자 제복에 은실이 달린 우편배달부의 힘이 예전의 우리 부모, 우리 교육자 그리고 플라톤에서 괴테에 이르는 모든 문화계 인사를 합친 것보다 더욱 막강하다는 사실을 우리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우리의 젊고 깬 눈으로 우리는 우리 선생님이 말하는 고전적인 조국애 개념이 여기에서는 인격을 포기함으로써 잠.. 2015. 6.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