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화원141 사랑스러운 것들을 새기기 어젯밤 연달아 본 두 편의 영화엔 물기가 서려 있었다. 이야기의 끝을 잡으며 잠을 뒤척였고, 매듭짓지 못한 것들이 이어지는 한 주를 맞으며 몸이 무거웠다. 또 조금 못난 모습을 보였고, 또 가슴 철렁한 순간들을 맞았다가 ㅡ 감사한 찰나들과 다시 만났다. 더없이 부족함에도 찾아주시고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있어 끝까지 힘을 냈다. 한없이 모자란 나를 품어주시는 큰 마음들처럼, 나도 작고 사랑스러운 것들을 좀 더 보듬고 새기자고 생각하는 퇴근길. 2023. 5. 30. 허무를 삼키며 다잡는 마음 허무는 답지않게 진득하다. ’허무‘라는 단어가 울대를 드밀고 혀 끝으로 나와 세상에 나설 때, 그 언어는 기어이 입안에 헛헛하고 텁텁한 기운을 남기고야 만다. 심지어 어떤 허무는 사람을 슬프게 한다. 나름대로 몰아붙인 것들을 뒤로 한 채 너무나 급작스럽게 맞딱뜨리는 끝 - 낭떠러지- 에 이르러, 또 한 번 짙은 허무에 무릎을 휘청이며 나는 또 이 단어의 위력을 실감하고야 말았다. 잘 해왔다곤 감히 말하지 못해도 많은 것들을 뒤로, 뒤로 기약하며 꾸역꾸역 달려온 길이었다. 불현듯 허무는 안개를 닮았다고 생각했다. 그 단어의 ‘무(無)‘가 ’무(霧)‘와 같은 음을 공유한다는 게 우연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번 허무는 참 짙다. 도와주신 분들이 눈 앞에 스치고, 이내 자꾸만 스며서 조금 울었다. 미욱한 .. 2023. 5. 23. 틈새를 챙길 것 바쁘다는 이유로 내버려둔 틈이 보란듯 내게 소리치는 것 같은 하루였다. 나의 틈새는 내가 가장 약해진 찰나를 언제나 놓치지 않는다. 최선을 다하고, 예의를 지킬 것. 언제나 온 마음으로 상대와 순간을 살필 것. 틈새를 챙길 것. 스스로의 무심함에 분노가 치밀면서도, 그 찰나조차도 감사하게도 과분한 것들을 주시고 도닥여주시는 마음들에 자꾸만 울게 됐던 하루를 시간 속에 흘려보내며 - 잊지 않겠노라고 남기는 어떤 하루와 새삼스런 마음들. 2023. 4. 12. 모쪼록 다정할 것 벼렀던 를 드디어 봤다. 삶이, 나의 우주가 다시 한 번 너무나 소중해지는 경험을 했다. 이 영화로써 투영된 나의 이면들을 어떻게든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모쪼록 나의 이 우주는 내 멀티버스 중 가장 다정한 곳이었으면, 그 어느 곳에서든 조건 없이 사랑할 수 있는 존재가 내 삶에 존재함에 감사한 지금 이 순간들이 이어졌으면 - 하고 바라고 매일에 감사하기로 다시 한 번 다짐했지만, 오늘 나의 우주는 또 한 번 무색하리만치 다정함이 퇴색됐다. 의 탱화식 포스터처럼 잠깐 다채로웠던 나의 우주는 실망과 찰나의 분노의 더께로 횟빛으로 변했다. 온전히 나로 인한 것이었다. 불필요하고도 가장 나약한 방식으로 나는 오늘 어느 순간 다시 투사가 되었다. 모쪼록 다정할 것. 쪽잠에서 깬 한새벽에 이르러, 업무.. 2023. 4. 11. 이전 1 2 3 4 ··· 3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