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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5

2016년 읽은 책들, 짧은 평들 변곡점이랄 만한 사건이 크게 없었던 해였음에도 독서량이 형편 없는 수준이다. 무엇보다 중도포기한 작품이 너무 많았다. 시간이 없다기엔 내 시간들의 용태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지라 핑계를 대기도 낯부끄럽다. 그나마 부끄러운 양심에 변론이라도 하자면, 우왕좌왕 갈팡질팡하다 차분히 읽어낼 마음의 여유를 찾지 못한 탓이라고 할까. 목표에 한참 미치지도 못했을 뿐더러 장르 편중은 올해도 극복하지 못했다. 반성하는 차원에서 올려보는 2016년 통독 목록. 1. , 에리히 프롬 / 대학 때 소설을 제외하고 제일 많이 읽은 책이 사회과학서와 역사서적이었다. 아무래도 전공 영향을 많이 받았다. 가만히 돌이키면, 사회과학서는 프랑크푸르트 학파가 대부분이었다. 프롬의 대표 저서를 모처럼 읽으면서 그때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2017. 1. 4.
옛 작가를 추억하다 『 나는 아내를 거칠게 밀치고 문득 심한 멀미를 느꼈다. 온 세상이 낡은 차가 되어 고약한 냄새를 풍기며 나를 마구 흔들어대는 것 같았다. 나는 또 다시 그놈의 지긋지긋한 멀미를 느낀 것이다. 그러나 도피하고 굴종해야 할 것으로 느낀 게 아니라 맞서서 감당하고 극복해야 할 것으로서 느꼈다. 그러기 위해 나는 사람 속에 도사린 끝없는 탐욕과 악의에 대해 좀 더 알아야겠다. 옳지 못할수록 당당하게 군림하는 것들의 본질을 알아내야겠다. 그것들의 비밀인 허구와 허약을 노출시켜야겠다. 설사 그것을 알아냄으로써 인생에 절망하는 한이 있더라도 멀미일랑 다시는 말아야겠다. 다시는 비겁하지는 말아야겠다. 』 (pp.270-271, 중) 한때는 박완서 작가를 가장 좋아했다. 입시 문제집 지문에서 지겹도록 본 것관 별개였다.. 2016. 1. 24.
개와 늑대의 시간 :: <아주 오래된 농담>, 박완서 벌써 땅거미가 지는군. 영빈은 집에 가야 할 시간이라는 소리를 이렇게 돌려 말하곤 했다. 그러면 현금은 아니야, 지금은 '개와 늑대 사이의 시간'이라고 맞받곤 했다. 내가 좋아하는 어느 불문학자의 글에서 읽은 건데 불란서 사람들은 해가 지고 사물의 윤곽이 흐려질 무렵을 개와 늑대 사이의 시간이라고 한대. 멋있지? 집에서 기르는 친숙한 개가 늑대처럼 낯설어 보이는 섬뜩한 시간이라는 뜻이라나 봐. 나는 그 반대야. 낯설고 적대적이던 사물들이 거짓말처럼 부드럽고 친숙해지는 게 바로 이 시간이야. 그렇게 반대로 생각해도 나는 그 말이 좋아. 빛 속에 명료하게 드러난 바깥세상은 사실 나에게 만날 만날 낯설어. 너무 사나워서 겁도 나구, 나한테 적의를 품고 나를 밀어내는 것 같아서 괜히 긴장하는 게 피곤하기도 하구.. 2015. 7. 18.
평론의 무게 2015년 첫날 영화 두 편을 봤다. 어떤 의미에서든 요사이 가장 회자되는 작품들이다. 공교롭게도 둘 다 평단의 평가는 썩 좋지 못하다. 확실히 플롯이 상투적이고 한정적이다. 영화를 구성하고 평가받게끔 하는 데는 여러 요소가 있기 마련. 그러나 스토리의 진부함은 여러 요소들 중에서도 작품에 가장 치명적인 타격이다. 흔한 소재나 빈약한 플롯을 안은 영화란 토대가 부실한 건물 같은 느낌이 든다. 영화가 단단해지지 못한다. 두고두고 보고 싶은 영화에서 일찌감치 제외된다. 둘 중 하나는 '빤한 이야기'의 골조에 각종 장치들을 여기저기 덧대고 메운다. 남은 하나는 한계를 안고 담백하게 가는 방식을 택한다. 하나는 뻔한 재료에 조미료를 잔뜩 가미해 그럴 듯하게 요리했고, 다른 하나는 뻔한 재료의 잔잔한 맛도 음미해.. 2015. 1.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