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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욱3

2016년 읽은 책들, 짧은 평들 변곡점이랄 만한 사건이 크게 없었던 해였음에도 독서량이 형편 없는 수준이다. 무엇보다 중도포기한 작품이 너무 많았다. 시간이 없다기엔 내 시간들의 용태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지라 핑계를 대기도 낯부끄럽다. 그나마 부끄러운 양심에 변론이라도 하자면, 우왕좌왕 갈팡질팡하다 차분히 읽어낼 마음의 여유를 찾지 못한 탓이라고 할까. 목표에 한참 미치지도 못했을 뿐더러 장르 편중은 올해도 극복하지 못했다. 반성하는 차원에서 올려보는 2016년 통독 목록. 1. , 에리히 프롬 / 대학 때 소설을 제외하고 제일 많이 읽은 책이 사회과학서와 역사서적이었다. 아무래도 전공 영향을 많이 받았다. 가만히 돌이키면, 사회과학서는 프랑크푸르트 학파가 대부분이었다. 프롬의 대표 저서를 모처럼 읽으면서 그때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2017. 1. 4.
<누가 커트 코베인을 죽였는가>, 김경욱 ​ ㅡ 언더그라운드 밴드로 출발한 너바나의 불가사의한 상업적 성공은 밴드의 멤버들조차 당황하게 했다. 그러나 그들이 당황할수록 대중적 인기는 높아만 갔다. 높이 날수록 추락에의 욕망은 강해진다. 21세기의 물질문명을 주도하는 컴퓨터 디지털 산업이 허름한 차고에서 시작되었듯이 그 물질문명을, 탐욕스러운 기계들을 깨부수라고 울부짖는 밴드들도 차고에서 출발한다. 삶의 아이러니란 그런 것이다. (p.36, 중에서) ㅡ 유독 어느 시대가 그려지는 문장이 있다. 내용과 무관하게, 그저 문장만으로도 시간이 품은 공기를 물씬 풍겨대는 글이 있다. 내게는 김경욱 작가가 그런 사람이다. 그의 문장에는 90년대 말의 감성이 꾹꾹 눌러 담겨있다. 새파란 화면의 PC통신, 어른 발바닥 만한 시티폰, 경제위기가 남기고 간 음울한.. 2016. 8. 23.
<천국의 문>, 김경욱 그리고 그 외 : 2016 이상문학상 작품집 ​ ㅡ 사실에 바탕을 둔 허구가 전부 그럴듯한 것은 아니지만 그럴듯한 허구는 모두 어느 정도 사실에서 출발한다. 야구 기록원은 어릴 적 꿈이었고 법대에 진학해서 사법고시를 보라는 부모의 압력 속에 십대를 보냈으며 언젠가는 독창적인 스파이 소설을 써보리라는 마음도 없지 않았으니, 흐릿한 조명 밑에서 다리를 떨며 즉흥적으로 지어낸 삶들은 이 세계와 나란히 달려가는 어떤 세계에서 또 다른 내가 꾸려가는 인생일 수도 있었다. 평행우주이론이 뭔지는 몰라도, 무심코 내린 작은 선택으로 나를 비껴간 숱한 삶을 상상하다보면 정신이 바늘구멍을 드나들 만큼 날카롭게 집중되는 순간이 있다는 것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그럴 때면 나는 바늘구멍으로 다른 세상을, 이 광대한 우주의 알려지지 않은 이면을 들여다보는 듯한 기분.. 2016. 8.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