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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과 편린 사이/음악31

문득 https://youtu.be/f1De87ETXwo 요사이 이상하리만치 마음을 두드리는 노래. 스스로의 강퍅함이 만들어낸 것만 같은 일련의 사건들에 지친 마음의 틈으로 음률과 가사 하나하나가 꽂혀온다. 건조하고 팍팍한 일상에 스며오는 40년 전의 유분기 가득한 러브송이라니. 굳이 고르자면 뭐든 담백한 편이 취향에 가깝고, 나이가 드니 더 그런 것 같지만 왜인지 이런 노래는 기름기가 있어주는 게 나름의 사랑스러움을 배가하는 듯 싶다. 딱 요 시기 노래들에만 느껴지는 과잉 낭만형 순정 분위기가 자꾸만 귀를 잡아끈다. 야근 후 퇴근길에조차 이 노래를 반복재생하게 되는 걸 보니, 봄은 봄인가 보다. 2021. 3. 29.
넋두리 같은 위안 도무지 출구를 찾을 수가 없을 때, 모진 말과 야속한 상황에 차오르는 눈물을 참을 수가 없는 순간에, 아무도 안 보이는 곳을 찾아 홀로 곱씹고 울 수밖에 없는 이런 날에, 벌써 몇 번이나 맞음에도 맞닥뜨릴 적마다 익숙해지지 않는 이런 찰나에, 스스로가 부끄럽고 처량한 이런 시간들에 — 마냥 지칠 때. The long and winding road that leads to your door will never disappear I've seen that road before It always leads me here Lead me to your door The wild and windy night that the rain washed away has left a pool of tears, crying fo.. 2020. 3. 12.
운명이다 요 며칠 출퇴근길엔 베토벤 교향곡 5번을 듣고 있다. 이른바 으로 더 잘 알려진 바로 그 곡. 나는 카라얀의 지휘 버전을 가장 좋아한다. 다른 건 몰라도 베토벤 5번만은, 적어도 내겐 카라얀이 압도적이다. 베를린필의 육중하면서도 둔중하지 않고, 경쾌하면서도 섬세함을 놓치지 않는 연주도 일품. 내달리는 듯한 속도감에도 음률 하나하나에 세심함을 기할 수 있다는 게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을 가만히 듣고 있노라면, 이 곡만큼이나 내 운명의 향방도 참 모를 일이라는 까닭 모를 기분이 들곤 한다. 숨통을 조여올 것 같던 운명의 아귀가 돌연 등을 토닥이는 응원의 손길로 변하는 것 같은 느닷없는 변환에 또 한 번 힘을 얻는 일상의 순간들. 부제 때문인가, 이 곡엔 장면이 덧입힌다. 생의 마지막에 반듯이 누운 채로 하.. 2019. 9. 26.
첫 장면 - "Che gelida manina(푸치니 <라 보엠> 중)", Luciano Pavarotti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부른 푸치니 오페라 중 Che gelida manina(그대의 찬 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지휘, 베를린 필 연주. 카라얀과 협연한 공연 중에선 파바로티 단독 버전으로 올라온 게 없다. 아쉬운 딴에나마 녹음된 버전으로. ** 이 곡에 대한 첫 장면을 곰곰이 생각해 봤다. 대학교 2학년 무렵의 장면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걸 보면 10여 년도 더 된 기억이다. 파바로티가 그해 세상을 떠났다. 그의 유명세 때문이기도 했겠지만, 그때의 내게는 좀 더 묵직한 진파를 가지고 전해진 소식이었다. 우리 아빠가 워낙에 파바로티를 좋아했다. 1970년대 중반, 그러니까 아빠의 청춘 가운데 어느 한때, 막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파바로티가 내한을 왔던 적이 있었단다. 파바로티의 등장 전이라 하면 일왕이.. 2019. 1.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