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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즈11

넋두리 같은 위안 도무지 출구를 찾을 수가 없을 때, 모진 말과 야속한 상황에 차오르는 눈물을 참을 수가 없는 순간에, 아무도 안 보이는 곳을 찾아 홀로 곱씹고 울 수밖에 없는 이런 날에, 벌써 몇 번이나 맞음에도 맞닥뜨릴 적마다 익숙해지지 않는 이런 찰나에, 스스로가 부끄럽고 처량한 이런 시간들에 — 마냥 지칠 때. The long and winding road that leads to your door will never disappear I've seen that road before It always leads me here Lead me to your door The wild and windy night that the rain washed away has left a pool of tears, crying fo.. 2020. 3. 12.
조금이 만드는 지금 때론 아주 작은 것으로 하루가 조금은 달라진 듯한 기분이 들 적이 있다. 늘 듣던 새벽 생방송 라디오를 대신해 무심코 둘러본 다시듣기 서비스에서 취향을 정조준하는 심야 프로그램을 만났다든지, 심지어 그 프로그램이 내가 좋아하는 뮤지션을 아예 타이틀로 삼아 '노골적 편애'로 선전포고를 해 왔다든지, 게다가 그 많은 회차 중 야심차게 고른 편이 공교롭게도 그들의 '시작'을 신나게 이야기하는 에피소드였다든지 하는 것들. 이를테면 오늘이 그렇다. - 라니, 지상파 라디오로선 흔치 않은 이름이다. 아무 칸이나 클릭했는데 하필 여름휴가 특집이랬다. 결성 무렵부터 막 이름을 알리기 시작할 때까지, 타이틀의 주인공 그룹 되는 입장에선 더없이 지난했을 시간이 30분 남짓의 이야기로 재편된 '비틀즈 오딧세이' 편이었다. .. 2019. 8. 20.
Something I don't wanna leave her now You know I believe and how ... 2015. 5. 6.
떠오른 얼굴 이른 땅거미를 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퇴근길 지하철 좌석엔 낯선 어깨들이 밭게 모였다. 살갗 모서리가 부딪는 그 공간에선 초췌한 얼굴들이 시선의 사벽을 둘러싼다. 지친 얼굴들이 형광등 아래서 적나라하다. 미세하게 깜빡이는 불빛을 따라 무심한 눈과 앙다문 턱이 점멸한다. 칼칼한 시선들이 텁텁한 허공을 맴돈다. 차갑게 얼어붙은 얼굴들이 처진 어깨를 더욱 내리누른다. 지하철은 언제나 그런 모습이다. 어릴 적 미술학원에 쪼롬이 서 있던 습작 같은 석고좌상을 떠오르게 한다. 부감 이외에는 아무것도 새겨지지 않았던 다비드 넷, 비너스 셋 따위들. 문득, 얼굴이 떠올랐다. 눈을 들어 마주한 창에 희고 까만 얼굴이 도장처럼 찍혔다. 멀건 어둠으로 보얀 윤곽이 겹치더니, 말간 얼굴이 도렷하게 피어오른다. 조금 뜬금.. 2015. 1.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