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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옥3

2016년 읽은 책들, 짧은 평들 변곡점이랄 만한 사건이 크게 없었던 해였음에도 독서량이 형편 없는 수준이다. 무엇보다 중도포기한 작품이 너무 많았다. 시간이 없다기엔 내 시간들의 용태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지라 핑계를 대기도 낯부끄럽다. 그나마 부끄러운 양심에 변론이라도 하자면, 우왕좌왕 갈팡질팡하다 차분히 읽어낼 마음의 여유를 찾지 못한 탓이라고 할까. 목표에 한참 미치지도 못했을 뿐더러 장르 편중은 올해도 극복하지 못했다. 반성하는 차원에서 올려보는 2016년 통독 목록. 1. , 에리히 프롬 / 대학 때 소설을 제외하고 제일 많이 읽은 책이 사회과학서와 역사서적이었다. 아무래도 전공 영향을 많이 받았다. 가만히 돌이키면, 사회과학서는 프랑크푸르트 학파가 대부분이었다. 프롬의 대표 저서를 모처럼 읽으면서 그때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2017. 1. 4.
어느 탐나는 기록, 김승옥의 <내가 훔친 여름> 4년 전 겨울은 엉망이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가슴을 세차게 흔드는 초조감에 겨우 익숙해지나 싶었을 무렵이었다. 해의 마지막이란 사실을 알아차리자마자, 짙은 불안이 바싹 뒤를 쫓아오기 시작했다. 밥을 먹을 때도 길을 걸을 때도 예고 없이 불쑥대는 불안에 발을 종종거렸다. 나는 불확실한 것에 면역이 되어 있지 못했다. 부정적인 감정은 인간의 틈을 손 쉽게 파고드는 법이다. 어느새 불안감은 내 발치에 그림자처럼 매달렸다. 초조와 불안이 빚어낸 나의 그림자는, 해가 없는 저녁이면 외려 더욱 축축하게 드리워왔다. 나는 까닭 모를 한기에 몇 번이나 몸을 움츠렸다. 잠이 오지 않는 밤이 수시로 찾아왔다. 날이 밝을 때까지 책을 읽었다. 억지로 청한다고 올 잠이 아니란 걸 알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간혹 느닷없이 의식.. 2016. 8. 26.
<먼지의 방>, 김승옥 “고등학생 시절에 장래 직업에 대해서 이것저것 생각해봤습니다. 그때 정치가가 된다면 하고, 제가 우리나라 정치가가 됐다고 생각하고 해야 할 일을 상상해봤습니다. … 간단히 말씀드리면 부국강병 정책을 쓸 수밖에 없겠다는 것이었습니다. … 다른 가치라기보다 우리가 그래도 약소국가라는 한계를 느낍니다. 부국강병이란 상대적인 것입니다. 다른 나라들이 멍청히 있을 리가 없습니다. 똑같은 비율로 부국강병 경쟁을 한다면 국민들은 영원히 다람쥐 쳇바퀴 돌듯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는 셈입니다. 세계는 항상 전쟁 일보 직전의 위기감으로 가득 차 있을 거고 그래서 막상 전쟁이라도 터지면 우리보다 강대한 나라에 우리는 전멸합니다.” … “내 생각으로는 자네 생각에 크게 두 가지 잘못이 있어. 첫째는 정치의 목적은 부국강병이 아.. 2015. 7.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