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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과 편린 사이/음악31

Xscape, 그래도 그는 옳다 살아있다면 우리 나이로 57세다. 만으로 반백을 한 달 여 남겨두고 그는 세상을 떠났다. 다섯 해가 지났고, 두 번째 사후 앨범이 나왔다. 굳이 기록으로 남겨야겠단 생각은 없었다. 적어도 내겐 그리 인상적인 앨범이 아니었다. 뜬금없이 마음이 동한 건, 세밑이기 때문이다. 이 즈음이면 라디오고 잡지고 가릴 것 없이 올해의 앨범 따위를 열 장 내외로 선정하는데, 이 앨범은 어디든 빠짐없이 순위에 들었다. 그의 부재와 음악의 완성도는 구태여 논할 필요가 없었다. 전성기에 녹음된 노래, 세간에 공개된 적 없는 음악, 무엇보다 그를 향한 여전한 그리움 앞에서 재단된 평가는 무의미했다. 공연한 말보단 맹목적인 반가움이 더 적확한 때도 있다. 그래서다. 해가 가기 전, 새 앨범으로 잠깐이나마 반가웠고 오래토록 그리웠.. 2014. 12. 31.
Rubber Soul, 전설이 된 청년들의 낭만을 찬양하며 지금보다 약간 덜 추운 때, 이를테면 늦가을 정도 될까. 11월 초순 정도가 좋을 것 같다. 덜 여미어진 옷깃 틈새로 제법 쌀쌀한 바람이 훅훅 들어오는 때, 맵싸한 공기에 그만 양 볼이 얼얼해지기 시작하는 때, 그맘때면 으레 생각나는 게 이 앨범이다. 1965년 12월 초에 출시된 비틀즈의 6집 앨범 Rubber Soul. 그즈음의 영국 공기만큼이나 칙칙하고 짙은 녹빛의 앨범 자켓이 인상적이다. 보는 것만으로도 겨울을 앞둔 알싸한 바람이 코 끝을 맵게 스칠 것만 같다. 컷을 눈으로 스윽 훑자마자 비정상적이게 크고 선명해서 장난스러운 듯도 한 타이틀이 시야에 들어온다. 알알하고 중후한 분위기를 멋지게 골려주려 작정이라도 한 듯 떡하니 붙어있는 양을 보면, 이렇게나 다른 느낌들이 이토록 어울리기도 어지간히 .. 2014. 12. 30.
Splendor in the Grass - Pink Martini 아침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걸 무심결에 듣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간만에 만난 멋진 곡이다, 이런 분위기의 노래가 별로 취향이 아닌데도. 꽉 채워지지 않은 일상으로 침투한 나른한 여유가 한껏 묻어나는 뮤직비디오. 왠지 모르게 넋 놓고 보게 된다. 보정감을 최대치로 올려 쨍쨍하기까지 한 색감이, 고즈넉하기까지 한 컷 하나 하나에 기가 막히게 스며들었다. 너무나 익숙해서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간주부 악곡은 차이콥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1번 중 1악장. 곡의 전반적인 모티프로도 쓰였다. 클래식을 이렇게도 재해석할 수 있다니. 시간을 건넌 선율이 이런 방식으로도 숨을 쉴 수 있구나 싶다. 음악이란, 예술이란 실로 놀라울 따름이다.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연주한 마르타 아르헤리치. 샤를 뒤투아가 지휘한 .. 2014. 12. 23.
무대로 말한다 몇 년 만에 새삼 빠져 보는 Dangerous 무대. 1995년 MTV어워드 특별무대였던 걸로 기억한다. 이 무렵의 마이클잭슨이 요상스럽게도 끌리는 최근이다. 90년대 중반 이후의 그의 모습을 그닥 좋아하지 않았건만. 그새 취향이 변한 건지, 다시 보니 나름의 매력이 있다. 마잭 특유의 순수함에 삶의 섭리를 어느 정도 체득한 중년의 능숙함이 절묘하게도 섞인 시기라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이 무대는 정말이지... 백문이 불여일견! 2014. 10.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