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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화원/일상100

일단 뜨겁게 청소는 했는데 새해라기엔 어딘지 겸연쩍은 새해맞이 방 청소를 했다. 다른 데보단 책장이 정리대상 1순위였다. 이사 온 후 책들이 더 쌓여 감당이 안 되는 지경에 이르렀고, 급기야 책더미가 바닥까지 침투했을 즈음에야 내린 결정이었다. 그러나 3시간 정도로 예상했던 정리는 정확히 2배인 6시간을 들이고서도 끝이 날 줄을 몰랐다. 모든 청소가 그렇듯 책장으로 시작된 청소는 방 전체 단위로 커졌고, 방은 반나절을 꼬박 바친 뒤에야 최소한의 애정을 줄 법하겠다 싶은 공간으로 거듭났다. 어제까진 방 상태가 마구간 수준을 면치 못했다는 뜻이다. 더 볼 것 같지 않은 책들이나 공간만 차지하던 시리즈물을 큰 맘 먹고 빼냈다. 내놓은 것들 중엔 산 지 얼마 안 된 책도 있고 더 괜찮은 번역본을 구해 자리만 차지하게 된 중역본도 있으며 .. 2019. 2. 5.
1월이 다 갔다 눈을 뜨자마자 유독 금요일 같은 느낌이 들었던 건 오늘이 1월 31일인 탓이다. 끝과 끝이 동시에 맞물리는 게 아무래도 깔끔하니까. 조금 더 편한 걸, 조금이라도 덜 성가신 걸 지향하는 우리 안의 유전자가 본능적으로 그런 쪽을 더 ‘좋은’ 것으로 인식하니까. 그 본성에 지극히도 충실하게, 나는 오늘이 월말이자 주말이라고 생각해 버렸던 것 같다. 물론 실망감은 이내 찾아왔다. 아, ‘무려’ 하루를 더 건너야 하는구나. 도합 48시간을 버텨야 찾아오는 휴식이라니. 평일을 간신히 견딘 뒤 맞는 이틀의 휴일은 지나치게 짧기만 한데 어째서 평상시의 이틀은 이렇게도 길기만 한 거냐며, 요 며칠 공들여 읽은 아인슈타인에겐 조금 미안하지만 나는 고작 이런 데서 역시 시간은 상대적인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햇수론 공.. 2019. 1. 31.
지치지 말아야지 각오를 뒤로 하고 집으로 돌아와 한숨을 돌렸다. 작은 마음을 감사히 보아주신 진심 덕에 조금은 힘을 얻었다. 늦은 저녁을 먹으며 부모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덕에 공연하거나 공연하지 않은 생각으로 잔뜩 무거워진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그러다 최근에 알게 된 공간을 잠시 둘러보았고, 나의 편협함 그리고 사회생활이라는 알량한 내지는 어쭙잖은 알은체로 애써 덮어 왔던 어떤 부족함에 얼굴이 금세 뜨거워졌다. 그 공간에 남은 누군가의 시간의 흔적에 마음이 눅눅해지는 밤. 온기가 있는 글은 가슴에 습도를 채운다. 요즘의 나는, 아니 언제나 그랬지만 무언가를 읽다 눈물을 훔치는 일이 잦다. 마음이 자꾸만 닿아와설까. 진심과 마주한 자리마다 서리가 맺힌다. 좋은 걸까, 변화인 걸까,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고 .. 2019. 1. 30.
만취한 청년 어제 아침에 회사가 관할하는 지하철 선로에서 취객이 발견됐다. 공문상의 ‘주취자’는 20대 청년으로, 경찰에 인계돼 심문을 받을 때까지 술에서 깨지 못해 횡설수설한 상태였다. 그는 자신이 어떻게 지하철 선로로 들어갔는지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그야말로 술에 완전히 잠식돼 버린 듯했다고. 남자가 발견된 건 오전 6시 42분께. 다행히 러시아워를 빗긴 시간대였고, 종점에 다다른 구간이라 열차 운행에는 문제가 없었다. 아마 그 시간에 나는 한창 회사로 가는 길이었을 거다. 어제는 7시 조금 넘어 사무실에 도착했으니, 그때쯤엔 내가 탄 열차가 대연역 즈음을 지나고 있었겠다. 평소보다 조금 빠른 감은 있었지만 여느 때와 같은 아침 시간을 보냈다. 사무실을 정리하고 지역 대표 일간지라는 신문 두어 개를 눈으로 훑으.. 2019. 1.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