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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화원/일상100

홀가분 지수 20% 그래도 뭐라도 하나 해 놓고 돌아가는 귀갓길은 아무렴 훨씬 낫다. 고마운 마음까지 받은 저녁이니 더욱. 낫다기 보단, 좋다. 더없이 좋다. 지하철 안에서 빼꼼히 드러난 누군가의 책등을 흘깃흘깃 곁눈질로 훔치며, 짧은 이 기록 뒤에 나도 모처럼 무엇이나 펼쳐볼까 싶은 심야의 문턱. 약 한 시간 뒤에 서둘러 잠을 자고, 여섯 시간 사십오 분 뒤에 일어나서 하루를 건너면 그래도 주말이다. 콧노래 지수 30% 도달 예정! 2019. 10. 17.
내 것의 힘 # 1. 어제까지 테일러 스위프트의 신보를 들었다. 좀체 익숙해지지 않는 것이, 아무래도 취향과는 제법 먼 곡들이다. 그럼에도 노래엔 힘이 있다. 강한 탄성(彈性)을 지닌 내 ‘듣는 귀’조차도 이 노래들 앞에선 일단 취향의 영역으로 잽싸게 튀어돌아가려는 성질을 멈춘다. 수록곡만 열여덟 개에 이르는 이 앨범을 한 마디로 압축하자면, 역시나 ‘테일러-다움’일 거다. 곡의 낱장마다 녹아든 그녀의 자아는 음악을 비집어오르며 존재감을 드러낸다. 10년차 슈퍼스타와 인간 테일러 스위프트를 넘나드는 특유의 매력도 여전히 색을 더한다. # 2. 오늘은 종일 마이클 잭슨 앨범을 듣는다. 살아 있었다면 예순 한 번째 생일. 우리 나이론 예순 하고도 둘이다. 이 세상 사람이 아닌 이의 생일이란 말은 슬픈 모순이다. 입에 머.. 2019. 8. 29.
조금이 만드는 지금 때론 아주 작은 것으로 하루가 조금은 달라진 듯한 기분이 들 적이 있다. 늘 듣던 새벽 생방송 라디오를 대신해 무심코 둘러본 다시듣기 서비스에서 취향을 정조준하는 심야 프로그램을 만났다든지, 심지어 그 프로그램이 내가 좋아하는 뮤지션을 아예 타이틀로 삼아 '노골적 편애'로 선전포고를 해 왔다든지, 게다가 그 많은 회차 중 야심차게 고른 편이 공교롭게도 그들의 '시작'을 신나게 이야기하는 에피소드였다든지 하는 것들. 이를테면 오늘이 그렇다. - 라니, 지상파 라디오로선 흔치 않은 이름이다. 아무 칸이나 클릭했는데 하필 여름휴가 특집이랬다. 결성 무렵부터 막 이름을 알리기 시작할 때까지, 타이틀의 주인공 그룹 되는 입장에선 더없이 지난했을 시간이 30분 남짓의 이야기로 재편된 '비틀즈 오딧세이' 편이었다. .. 2019. 8. 20.
느닷없이 찾아오는 것들 벼르고 고민하던 맥북을 샀다. 제법 시일이 걸릴 줄 알았는데 웬걸, 하루 만에 받았다. 예상 도착일이 다음주 월요일이었던가. 마음의 준비(?)를 하기엔 충분한 시간이라며 늘어져 있었는데, 어쨌든 왔다. 그렇게 나는 꽤나 느닷없이도 맥북 유저가 됐다. 근 20년 넘는 윈도우 인생을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맥의 생태계에 당혹스러워하며 정말로 오랜만에 노트북으로 포스팅을 해 보는 날이다. 문득 맥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은 멀어보였던 E언니가 작년 이맘때 갑자기 "나 맥북 샀어" 하며 내게 본인의 짧은 소설을 보여주던 날에 느꼈던, 참 뜬금없다 싶은 - 모처럼의 연락이 그런 거라는 데 대한, 그리고 내가 아는 이들 중 손 꼽히는 기계치인 인물이 맥북 유저가 됐다는 - 기분이 스친다. 단축키부터가 아예 다르게 생겨먹.. 2019. 7.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