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오를 뒤로 하고 집으로 돌아와 한숨을 돌렸다. 작은 마음을 감사히 보아주신 진심 덕에 조금은 힘을 얻었다. 늦은 저녁을 먹으며 부모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덕에 공연하거나 공연하지 않은 생각으로 잔뜩 무거워진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그러다 최근에 알게 된 공간을 잠시 둘러보았고, 나의 편협함 그리고 사회생활이라는 알량한 내지는 어쭙잖은 알은체로 애써 덮어 왔던 어떤 부족함에 얼굴이 금세 뜨거워졌다. 그 공간에 남은 누군가의 시간의 흔적에 마음이 눅눅해지는 밤. 온기가 있는 글은 가슴에 습도를 채운다. 요즘의 나는, 아니 언제나 그랬지만 무언가를 읽다 눈물을 훔치는 일이 잦다. 마음이 자꾸만 닿아와설까. 진심과 마주한 자리마다 서리가 맺힌다. 좋은 걸까, 변화인 걸까,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고 변한 것도 아니고 그냥 나였으면 이게 원래 내 모습이었으면- 싶다.
요즘 읽고 있는 책은, 기대하지 않았던 이 작가의 진면모가 이것이라며 내게 소리치는 느낌이다. 너야말로 몰랐지, 이 정도일 줄 몰랐지, 경험의 힘이 이만치인 줄은 몰랐지, 책장을 넘길 때마다 꺼풀을 벗는 문장들이 내게 건네는 것만 같은 외침이다. 네가 처음 나를 봤을 때를 떠올려봐 어쩌면 그게 네가 지금 처한 마음일 테니 그러니 좀 힘을 내라며, 책이 아우성치고 있다. 소리 없는 언어들로 일깨우고 있다. 삶이 있고 사람들이 있으며 건너온 시간들이 있으니, 모든 것들을 믿기만 하라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사랑해주는 사람들에 집중하라고. 무엇보다 자신을 믿고 사랑하고 보듬으라고. 책이 차원을 건너 와 거세게 어깨를 흔들어 댔다. 번쩍 정신이 드는 구절과 계속 만나다 보니 주저앉고 싶지 않아졌다. 미워하고 싶지도, 슬퍼하고 싶지도 않다. 단지 온 힘으로 감사하고 사랑하며 그것만으로도 하루가 모자라 그에 다시 감사하고 사랑하게 되는- 오직 그런 삶이기를.
그러니 지치지 말아야지, 포기하지 말아야지, 쓰러지지도 말아야지, 다만 조금은 놓아두는 방법을 배우고, 조금 더 길게 보고 걸어갈 줄도 알고, 조금씩 주변을 살필 줄도 알며 살아가자고, 그 지옥 같던 시간들이 나의 소중한 단면이 된 것처럼, 그래 이 모든 서러운 시간들도 더없이 사랑하고픈 무엇들이 될 거야, 그러니 이 마음들로 이 찰나들을 이 터널들을 이 구름들을 덤덤히 -
비밀의 화원/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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