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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화원/일상100

작고도 큰 것 미처 몰랐던 데서 아주 작은 기댈 곳을 발견한 듯한 요 며칠이었다. 진심으로 다독여주시고 걱정해주시는 마음들 덕에 조금이나마 힘을 낼 수 있었다. 울고 싶은 찰나들 새로 스며드는 응원에 밋밋한 일상의 와중에도 진한 눈물이 울컥 쏟아지는 날들. 그 시간의 말들의 참뜻을, 한끗 차이로 곡해할 뻔한 언어들 - 하루가 다르게 올곧고도 짙게 눈앞에 다가서는 소리의 기억들 - 이 주는 울림을 따라 이따금 울어버리는 요사이의 나. 2019. 6. 25.
이것은 무엇일까 다자이 오사무가 어느 책에선가 썼다. 단편집 속 구절이었던 것도 같다. - 사랑, 이라 쓰고 더는 문장을 쓰지 못했다, - 였던가. 처음 이 한 줄을 읽고서 그만 머리가 멍해졌던 기억이 난다. 적어도 내가 그때까지 본 사랑 예찬 중에선 감히 가장 완벽하대도 좋을 것이었다. 아니, 예찬...이라기보단 비탄과 허무와 머뭇거림과...... 사랑을 겪은 누구나 마주했을 그 공백의 크기에 한동안 멍하니 그 문장만 눈에 몇 번이나 새기곤 했다. 그때의 나는 차마 예찬하기엔 지독하게 고약하고 악랄했던 사랑의 한복판에 서 있었다. 스스로 말하려니 새삼스럽지만, 어딘지 위태로웠던 시간이었다. 미디어의 사랑에선 이런 이야기들이 없었기에 나는 혼란스러웠다. 그 사랑은 내가 결코 만날 일이 없을 거라 자부하고 장담했던 나의 .. 2019. 4. 7.
이런 하루 말의 무게가 너무나 버거운 하루고, 말의 이전에 불쑥 나와버리는 눈물이 죽고 싶을 만큼 부끄러운 하루고, 나약해 빠진 마음이 때리고 싶을 만큼 싫어지는 하루고, 쏟아지는 말들을 감싸고 막아주시는 소중한 말들에 제대로 감사도 전하지 못하는 자신에 화가 나는 하루고, 그것 하나 막지 못해 다른 사람들을 다치게 하는 나의 부족함과 미숙함에 - 이 모든 것들에 터덜터덜 걸으면서도 자꾸만 울게 되는 하루가 간다. 2019. 3. 8.
빵 헤는 밤 빵순 인생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밀가루 음식을 먹으면 소화가 더디다. 확 느껴진다. 시간의 유속에 둔감한 편인 내가 시간을 가장 강렬히 느끼는 지점이기도 하다. 과거와 같은 빵 파티가 힘들어졌다는 것, 주말 내내 느긋하게 빵을 뜯어먹던 식습관과 강제로 이별하게 됐다는 것, 점심께 먹은 빵 때문에 다음날 아침까지 속이 더부룩한 날도 간혹 있다는 것... 아, 이렇게 근 10여 년을 이어온 나의 빵순 인생이 내게서 작별을 고하려 하고 있다. 나는 발칙하게도 별 헤는 밤마냥 김영모며 나눔과베품이며 도쿄빵야며 이흥용이며 프레제며 옵스며 하던 빵집 이름들을 마음밭에 하나하나 새기다가 지워버린다. 김영모과자점에선 개당 8천원씩이나 하는 빼빼로를 샀었다. 오빠는 그 작은 것이 그만치나 비싼 줄은 꿈에도 몰랐겠지. .. 2019. 2.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