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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화원/일상100

오늘을 잊지 말고 작년 이맘때의 기억이 없다. 불과 딱 1년 전인데. 애써 돌이키고 싶지도 않지만 구태여 떠올려보려 해도 시절 내내 진득하게 눌러붙은 불안과 분노나 실망의 끈적한 흔적만 간신히 찾아낼 수 있을 뿐이다. 블로그에 남긴 글이나 드문드문 썼던 일기가 아니었다면 그 시간을 건너왔다는 사실조차 자각하지 못했을 뻔했다. 오로지 횟빛으로 점철된 기억의 단면이다. 날짜들이 부옇게 흐러져 이내 시계 바깥의 영역으로 사라져 버리는 것 같다. 하루에도 몇 번씩 나를 의심하고 내게 좌절했던 날들. 내 안의 소용돌이와는 상관 없이 흘러가는 바깥 세상을 보며 엉엉 소리내어 울고 싶었던 시간들이었다. 때론 인간으로서의 모멸과 을로서의 굴욕에 치를 떨었고, 미처 생각지 못했던 것들의 습격으로 인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내 의지나 생.. 2019. 1. 23.
다만, 충실하기 다만 순간에 충실했을 뿐인데- 라는, 어느 노래 가사였던가 누군가의 합격수기였던가, 근원을 알 수 없는 기억 속 어떤 이의 말이 요즘처럼 와 닿는 때가 또 있을까 싶다. 나름대로 벼르던 책을 손에 넣고서, 잠시라도 눈을 떼야만 하는 순간이 아까워 걸으면서도 낱장을 넘기던 그 책의 문장 하나하나를 게걸스레 흡입하며 생각했다. 순간에 충실할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얼마나 큰 힘인지. 책을 손에 넣자마자 문구점에서 까만 펜 두 자루를 샀다. 어디에 무엇을 조금 더 쓰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그저 더 충실하게 나의 순간들을 끌어안기 위해. 나의 시간들을 마냥 흘러보내지 않기 위해. 이 시간들을 언어들로 조금이나마 새겨두기 위해. 언젠가 나의 나날들을 뒤적일 때, 조금이라도 더 충실하게 그 시간들을 떠올리기 위해. 2019. 1. 15.
누구에게나 사랑스러운 것 누구에게나 사랑스러운 것이 있다. 그 누구에게도 어울리지 않을 수가 없는 모습이 있다. 이를테면 진심에서 우러나온 너털웃음 같은 것. 웃음의 교집합에 딱 들어맞는 무언가를 예상치 못하게 접했을 때, 자신도 모르게 터져나오는 함성 같은 경쾌한 웃음, 짓궂게도 해맑은 타인의 웃음- 그런 웃음을 마주할 때면 기쁨의 여러 가지 색채와 만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어떤 이의 너털웃음 앞에선 따라서 깔깔대고, 어떤 이의 그것 앞에선 누군가를 기쁘게 했다는 뿌듯함에 슬쩍 미소도 짓지만, 당신이 터뜨리는 그 웃음과 스치는 순간엔 그만 모든 경계를 놓아버리고 만다. 사랑스러운 당신의 너털웃음을 본 나는 당신 앞에서 대체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나를 못 견디게 하는, 더없이 무방비하게 만들어버리는, 누구에게나 사랑스럽지.. 2019. 1. 14.
어쩌다 돼 버린 아침 인생을 곱씹어 보는 점심. 2018. 12.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