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비밀의 화원/순간19

희망의 끝에서 끝까지 갔다가 마주한 것이, 돌아온 것이 이런 것이라니. 보잘 것 없이 또 마주한 끝을 부여잡으며 나는 또 마음 한구석을 바스라뜨리는 것들에 또 조금 울었다. 이것이 마지막이기를. 2023. 1. 19.
"My beating heart belongs to you." https://youtu.be/PVEf56z8NwMGreen Day, 온통 열기 뿐이었던 그 시간들 한가운데 적당한 습기를 품은 저녁에 이르러 몇 번이고, 자기 전까지, 그 시절의 모든 만남들을 되새기며 듣던 노래였다. 그 시간이 오롯이 밴 노래가 느닷없이 근 8년여 만에 시간을 건너 왔다. 가사 어느 한 줄 버릴 게 없어서 그때도 톡 '상메'에 몇 줄을 썼다가, 지웠다가 했다. - 요 이틀은 어느새 흩어진 그때의 '나'의 조각을 필사적으로 찾는 작업의 시간이었다. 그러지 않겠다고 언젠가의 나와 약속했었는데, 돌아보니 그새 또 너무 많은 것들을 흩놓으며 걸어와 있었다. 내가 사랑하는 것들에 너무 무심했다. 잃고 싶지 않은 기억들, 사람들, 그리고 결코 잃어서는 안 되는 나와 다시 마주했다. 아무렴 나는 .. 2020. 11. 9.
보이지 않는 것들의 무게 언젠가 이런 일기를 썼던 것 같다. 그날도 딱 오늘 같았다. 24개의 자모가 활자가 아닌 소리가 될 때, 남지 않고 보이지 않는 것이 될 때, 잔뜩 날이 선 시간을 타기까지 했을 때 그것이 어떠했는지, 얼마나 깊은 상흔으로 남는지 그처럼 생생히 느꼈던 적이 없었다. 이를 드러낸 날것의 말들은 마구 내리꽂히며 어깨 위를 짓누르고 가슴 속을 후볐다. 뇌리에 남고 기억이 됐다. 보이지 않는 것에 그토록 나는 무방비했다. 왜인지 그것은 내 안에서 다시 언어로 치환됐고, 기어이 기록으로 남았다. 그 일기를 마주할 때마다 그때의 서늘한 말들이 살아나는 건 그 때문이다. 그 기록을 무심코라도 스칠 때마다 나는 오한처럼 몸서리를 친다. 오늘, 보이지 않는 것에 또 한 번 짓눌렸다. 어디서부터 어긋난지도 모르는 그것의 .. 2020. 8. 5.
아직도 어려운 언어의 앞에서 서성였다. 고르고 골라도 말들은 끝내 내 것이 되지 못했다. 그 말들은 잔뜩 그리고 힘껏 움켜쥔 손 사이로 모래알처럼 대책없이 흘러내렸다. 마침내 남은 것이라곤 반짝임을 잃은 자모 몇 톨. 보잘 것 없는 나의 언어들을 뒤로 한 채 메신저 문자 사이를 일렁이는 커서를 보며 생각했다. 이럴 때만 되면 빈곤해지기 그지없는 내 말의 세계와, 정량 이상을 가까스로 끌어안은 지나친 마음과, 긴장을 놓았던 순간들이 만들어낸 감당할 수 없는 어떤 시간과, 미처 전해지지 못한 무언가- 끝내 적확한 말을 찾지 못한 채 무언가(無言歌)가 되어버리지는 않을지 하루에도 몇 번씩 초조하게 만드는 무언가들. 생각할수록 늘어만 간다. 이런 때만큼 언어의 한계가 느껴지는 적이 있었던가 싶다. 어떤 의미론 말이란 게 단지.. 2019. 9.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