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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화원/순간19

새해 일출, 해운대 새벽 4시쯤에 눈을 떴다. 제야의 종소리 중계방송을 보고 느긋하게 있다 새벽 1시 넘어 잤으니 3시간 남짓 됐나. 청해도 오지 않는 잠에 미련을 털고 일어났다. 신문을 뒤적이다 신춘문예 당선작 몇을 읽은 후 해돋이에 나섰다. 매년 새해 찾는 장소서 맞는 아침이지만 언제나 아름답다. 켜켜이 쌓인 구름을 젖히고 떠오른 말간 새 해. 내딛는 걸음걸음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는 한 해가 되길. 2015. 1. 1.
서울의 오후 미처 몰랐던 서울, 날구름을 배회하던 해가 내려앉는 도시. 여기서 보면 이렇게나 작은 세상인데... 땅에선 느껴본 적 없던 열없는 연민과 함께. 남산 일대에만 흩날린 눈, 개와 늑대의 시간 무렵에. 눈구름이 좀 걷히니 강 너머도 조금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여길 그렇게 살면서 이런 델 한 번 안 와 봤구나. 이 도시에 좀 더 정 붙일 거리가 생겼다. @ 남산 서울N타워 20141221 2014. 12. 22.
달을 품은 다랑쉬 자는둥 읽는둥 제주에 도착했다. 이런저런 준비 후 곧장 다랑쉬오름으로 향했다. 기생화산이라곤 해도 해발 381m. 무시할 수 없는 높이다. 간간히 흩날리는 빗방울을 조금 걱정하며, 보기보다 막상 오르니 더 만만찮은 오르막을 묵묵히 올랐다. 말만 없었다 뿐이지 땀으로 범벅이 된 채였다. 정상에 오르니, 여기가 꼭대기요 싶은 기운이 물씬 오른다. 하늘은 여전히 흐린데, 얼핏 공기는 파랗다. 살갗에 간질간질 닿아오는 바람이 좋아 잠시 우두커니 서 있었다. 이내 공기에선 풀내음이 났다. 드문드문 그림처럼 새겨진 나무와 풀밭의 녹음은 끝이 없었다. 잿빛 아침을 건넌 제주행 비행기의 몽롱한 여독이 발 끝까지 씻기는 청명함. 적잖은 산과 언덕을 올랐지만, 이런 덴 처음이었다.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풀은 누웠다 일어서.. 2014. 7.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