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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화원/순간19

정정당당한 애정 그곳에 갈 때면 접어올린 책 귀퉁이를 떠올렸다. 한강 남쪽, 자본의 양분을 입고 날로 기름져 가는 그 땅의 한 쪽에 터를 잡은 작고 낡은 집들이 모인 동네. 위태로운 임시가옥들이 몰린 작은 공간의 막다른 곳에 붙은 나지막한 오르막을, 나는 스물 언저리 몇 년 간의 금요일마다 오르내렸다. 거기에 보육원이 있었다. 육안으로도 지어진 지 족히 이십 년은 넘어 보였던 건물은 앞으로도 그만치의 나날들을 더 건너야 한다는 듯 묵묵히 풍화되고 있었다. 그런 곳을 ‘슬럼’이라 부른다는 걸 그때 알았다. 마치 땅 끝까지 내몰린 사람들이 안간힘을 다해 지키고 선, 그들에게 마지막으로 유일하게 허용된 공간 같았던 그곳은, 부촌의 귀퉁이를 접어올린 듯 이질적이고도 절박한 인상으로 이따금 다가오곤 했다. 그 보육원에서 봉사활동.. 2019. 1. 22.
초창기(?) 요리 45선 (2) #24 블랑 에 누아(blanc et noir). 다크초코와 화이트초코크림으로 만드는 케익인데, 이름은 '검정과 하양'이라는 뜻의 프랑스어다. ...둘이 순서가 뒤바뀌었던가. 제누아즈까지 초코 범벅이라 그야말로 초코천지. 하지만 의외로 크게 달지 않다. 초코 특유의 절제된 단맛이 딱 기분 좋을 정도로 혀끝을 감아오는데, 그 감각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발렌타인 기념으로 만들었는데, 손이 많이 가서 두 번 만들어볼 용기는 감히 들지 않더라는 전설이. #25 빠네파스타. 시간이 좀 지나서 사진으로 남겨놔선지 즙이 빵에 다 흡수됐다. 빠네파스타 요리에서 가장 힘들었던 과정은 마뜩한 빵을 구하는 거였다. 시중 빠네처럼 큼직한 게 없어 급한 딴에 비슷한 걸 속만 파내 빠네그릇으로 썼다. 빵과 크림의 조합이니 .. 2015. 7. 22.
초창기(?) 요리 45선 (1) 노트북에 계속 저장해 두려니 용량을 꽤나 잡아먹어서 안 되겠다. 밥반찬이야 이전부터 주욱 해 왔지만, 이런저런 영역에 나름 도전이랍시고 하기 시작한 건 2012년부터다. 초창기 요리라 비주얼은 영... 부족하나마 초기 마음 잊지 말겸 배고플 때 들여다나 보려고(?) 올려두는 사진들. 가나다 순으로, 종류와 일자는 제각각이다. #1 가츠동. 고기 다지고 튀기는 게 일이었다. 비주얼도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지저분하게 나와서 영 만족스럽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도 딴에 고기라고, 맛 하나는 기똥찼다. #2 감자샐러드 모닝빵과 미역줄기볶음. 아침에 후딱 먹으려고 만들어뒀다. 샐러드 요리법은 익혀두면 여러모로 쓸모가 많아 좋다. 참고로 저 감자샐러드 요리법에서 좀 더 응용된 게 백종원 표 치킨무샐러드! #3 .. 2015. 7. 22.
연리지 사진 정리할 겸 갤러리 파일을 훑어보다 시선이 멈추었다. 끌어안은 연인의 모습을 한 나무- 사진을 찍으면 운명적인 사랑을 한다나 뭐라나. ...믿어보지요, 까짓것. 사뭇 달랐던 봄의 제주 한가운데. 각기 다른 계절이어선지 갈 때마다 느낌이 새롭다. 이제 가을 제주만 보면 된다. 20150510 @비자림 2015. 6.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