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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52

두 장의 모차르트 모차르트는 들을수록 좋다. 한 치의 꾸밈 없고 티없이 맑은 소리들에 취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알록달록하면서도 심금을 무겁게 울리는 그 선율에 감히 누가 범접이나 할 수 있을까. 그의 음악은 형언조차 머쓱해지는 영롱하고 거대한 세계다. 듣고 있으면 경이롭기가 그지없다. 갓 세상을 접한 아이의 순수와 생을 통찰한 현인의 관조를 동시에 담아낼 수 있는 유일한 음악. 바로 이이의 음악이 아닐까 싶다. 그의 음악은 사랑스러우면서도 웅장하고 화창하면서도 비장하다. 역사의 물결을 이겨낸 적잖은 음악가 중에서도 천재라는 수식어가 허용되는 단 한 명의 위인이자, 삶에선 한없이 아이 같았지만 음악 앞에선 더없이 위대했던 사람. 오직 모차르트다. 요즘은 새삼스러우리만치 모차르트 음악을 자주 듣는다. 사 둔 채 손도 대지 .. 2015. 1. 8.
2015년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신년음악회 익숙한 색감과 부감으로 가득한 공연장을 카메라가 구석구석 훑는다. 렌즈의 동선을 따라 닿은 시선의 종착엔 늘 그랬듯 악단이 있다. 바이올린과 첼로와 플룻과 하프 따위를 든 오케스트라. 빈틈 없는 건물의 위압감이랄까, 고풍스러운 장식의 우아함이랄까. 무엇 하나로 특정하기 힘든 분위기가, 가까워지는 무대의 무게만큼 묵직하게 다가온다. 카메라 앵글을 차 오르는 화면의 틈새로 소리도 조금씩 들어찬다. 불협화음이다. 본 연주에 들어가기 전 음을 점검하는 잠깐의 시간. 저마다 징징대고 낑낑대는 음들로서야 비로소, 현장과 시간이 살갗으로 닿아오는 느낌이다. 이제 시작이다. 이 찰나마저도, 여기서는 연주다. 빈 필하모닉은 올해도 어김없었다. 1월 1일 정오, 오스트리아 빈의 무지크페라인 황금홀에선 여느 때처럼 신년음악.. 2015. 1. 4.
Xscape, 그래도 그는 옳다 살아있다면 우리 나이로 57세다. 만으로 반백을 한 달 여 남겨두고 그는 세상을 떠났다. 다섯 해가 지났고, 두 번째 사후 앨범이 나왔다. 굳이 기록으로 남겨야겠단 생각은 없었다. 적어도 내겐 그리 인상적인 앨범이 아니었다. 뜬금없이 마음이 동한 건, 세밑이기 때문이다. 이 즈음이면 라디오고 잡지고 가릴 것 없이 올해의 앨범 따위를 열 장 내외로 선정하는데, 이 앨범은 어디든 빠짐없이 순위에 들었다. 그의 부재와 음악의 완성도는 구태여 논할 필요가 없었다. 전성기에 녹음된 노래, 세간에 공개된 적 없는 음악, 무엇보다 그를 향한 여전한 그리움 앞에서 재단된 평가는 무의미했다. 공연한 말보단 맹목적인 반가움이 더 적확한 때도 있다. 그래서다. 해가 가기 전, 새 앨범으로 잠깐이나마 반가웠고 오래토록 그리웠.. 2014. 12. 31.
Rubber Soul, 전설이 된 청년들의 낭만을 찬양하며 지금보다 약간 덜 추운 때, 이를테면 늦가을 정도 될까. 11월 초순 정도가 좋을 것 같다. 덜 여미어진 옷깃 틈새로 제법 쌀쌀한 바람이 훅훅 들어오는 때, 맵싸한 공기에 그만 양 볼이 얼얼해지기 시작하는 때, 그맘때면 으레 생각나는 게 이 앨범이다. 1965년 12월 초에 출시된 비틀즈의 6집 앨범 Rubber Soul. 그즈음의 영국 공기만큼이나 칙칙하고 짙은 녹빛의 앨범 자켓이 인상적이다. 보는 것만으로도 겨울을 앞둔 알싸한 바람이 코 끝을 맵게 스칠 것만 같다. 컷을 눈으로 스윽 훑자마자 비정상적이게 크고 선명해서 장난스러운 듯도 한 타이틀이 시야에 들어온다. 알알하고 중후한 분위기를 멋지게 골려주려 작정이라도 한 듯 떡하니 붙어있는 양을 보면, 이렇게나 다른 느낌들이 이토록 어울리기도 어지간히 .. 2014. 12.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