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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52

크리스마스의 콘서트 올해 저녁은 유키 구라모토 콘서트였다. 이란 이름으로 리처드 용재 오닐, 디토 오케스트라에 클래식 보컬 그룹 로티니까지 합류한 크리스마스 특별 공연. 덕분에 근 2년 만에 예술의전당엘 와 봤다. 한창 다니던 5~6년간 본 적도 없던 형형색색의 조명이 여기저기서 떴다 사라지길 반복했다 ―연말 공연을 본 적은 없어 그런지도 모르겠다―. 음악만큼이나 엄격한 무대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나름 신선한 충격이었다. D 덕에 생전 앉아본 적 없던 박스석을 차지한 것도 감격이라면 감격이랄까. 합창석 혹은 3층 꼭대기석을 피해 처음 앉은 객석 다운 객석이다. 여길 위해 두 달 전에 예매했다며, D는 수줍은 얼굴로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오케스트라의 차이콥스키 선곡으로 공연은 시작됐다. 중 왈츠 파트. 모처럼의 실황이어선지.. 2014. 12. 27.
Splendor in the Grass - Pink Martini 아침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걸 무심결에 듣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간만에 만난 멋진 곡이다, 이런 분위기의 노래가 별로 취향이 아닌데도. 꽉 채워지지 않은 일상으로 침투한 나른한 여유가 한껏 묻어나는 뮤직비디오. 왠지 모르게 넋 놓고 보게 된다. 보정감을 최대치로 올려 쨍쨍하기까지 한 색감이, 고즈넉하기까지 한 컷 하나 하나에 기가 막히게 스며들었다. 너무나 익숙해서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간주부 악곡은 차이콥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1번 중 1악장. 곡의 전반적인 모티프로도 쓰였다. 클래식을 이렇게도 재해석할 수 있다니. 시간을 건넌 선율이 이런 방식으로도 숨을 쉴 수 있구나 싶다. 음악이란, 예술이란 실로 놀라울 따름이다.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연주한 마르타 아르헤리치. 샤를 뒤투아가 지휘한 .. 2014. 12. 23.
Heal the days 연남동 생활 이틀째다. 한층 다양해진 채널 덕에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넘실대는 작은 라디오를 켜는 게 하루의 시작이 된 일상. 오늘 아침의 선택지는 전현무였다. 위트로 중무장한, 의외로 냉철한 음성이 빠른 템포로 흘러나온다. 샤워실 문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힐 더 월드를 듣다, "김종국 씨가 팝송도 잘 부르네요" 라는 청취자 문자에 너무해~ 혼잣말하며 눈을 살짝 흘기고 웃었다. 공덕동에 있는 마트에 들러 토마토와 현미 등 이것저것 샀다. 매장이 생각보다 좁고 물건이 생각보다 없었다. 별 거 없는데도 종량제 봉투를 가득 채운 장거리들을 낑낑 들며 버스에 올라타, 다음번엔 합정동 쪽에 있는 마트엘 들러봐야겠다 생각했다. 알고 보니 공덕동보단 합정동이 이쪽서 훨씬 가까웠다는 건 방에 돌아와서야 안 사실. 참 이 .. 2014. 12. 11.
노래 셋 새까맣게 밀려오는 수많은 미지들에 때론 설레고 가끔은 두려운 궁금함이 이어지는 날들. 그럼에도 드문 위안이 되어주는 음악에 언제나 감사하고 싶다. You'll find that life is still worthwhile, if you just smile - 웃으면, 정말 그럴까요... 2014. 12.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