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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잭슨19

어느 새벽의 9번 트랙 Thriller 앨범을 어둔 때 듣는 건 잠을 포기한다는 의미다. 좋았어 오늘은 댄스댄스 댄스타임이야! 라며 까만 밤을 불태우려 작정한 젊은 마이클잭슨의 패기가 사방에서 번뜩이는데, 그만 거부할 요량이 없어진다. 오지 않는 잠을 청하며 듣다간 달밤에 문워크 체조라도 해야할 판이다. 십여 년 전 깊은 밤, Off The Wall과 다르지 않겠거니 하는 생각에 이 앨범을 재생했다 혼쭐난 적이 있었다. 아드레날린이 잔뜩 솟아오른 신경 마디마디가 가까스로 내려앉으려는 잠을 단호히 거부하는 것이었다. 결국 마이클잭슨의 품 큰 양복만큼이나 하얀 밤을 지새우고야 말았다.   그러나 유일하리만치 어둠이 어울리는 노래가 있다. 9번 트랙, The Lady in My Life. 로드 템퍼튼 작사작곡에 퀸시존스 프로듀싱. .. 2014. 7. 29.
아무것도 몰라요 모 종편채널에서 리모컨이 멈췄다. 무슨 말을 하나 싶어 시선을 고정했다. 조금만 더 보면 달라지겠지, 들을 만한 게 나오겠지. 조금만 더... 그러다 결국 그걸 두 시간이나 꾸역꾸역 다 보고 앉은 못난 인내심(혹은 우유부단)을 탓하고야 말았다. 치뜬 눈만큼 목에도 힘을 잔뜩 넣은 앵커는, 국가비상상황이라도 알리듯 비장한 얼굴로 숨진 교주 장남의 소식을 전했다. 잘 들지도 않아 몇 번이나 쑤시기를 반복해야 하는 녹슨 창처럼 귀를 연신 찔러대는 음성이었다. 의도치 않게 청자의 신경을 바짝 곤두세우는. 소식이랄 것도 없었다. TV판이자 정치판 타블로이드 한 편 거하게 읽은 느낌이었다. 패널들은 앵커를 사이에 두고 원탁에 모여앉아 덩달아 핏대를 올렸다. 갈수록 쩌렁쩌렁하고 높아지는 목소리들이 겹치고 엎어지고 잘.. 2014. 7. 26.
Stranger in Hometown 날이 제법 궂다. 머잖아 비를 흩뿌릴 듯하면서도 소식은 없이 바람만 거세다. 이왕 오는 거라면 비만 시원하게 내려주지, 하고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비다운 비를 본 지가 너무 오래다. 성인이 된 후의 어느 때부터 날이 흐리면 기분도 덩달아 엉클어지지만, 가끔 세상이 적당히 축축해지는 건 나쁘지 않은 것 같다. 해갈도 해갈이지만, 인간의 바쁜 일상에도 뜬금없는 운치의 기회는 주어져야 할 게 아닌가 하는 열없는 생각이 부쩍 자란다. 누군가는 창밖을 보며 블랙커피를 마시고, 누군가는 김치전에 막걸리를 드는 따위의 것들 말이다. 무엇이든 누구에게든, 적당한 물기는 필요한 법이다. 왜인지 이 노래가 듣고 싶었다. 비 혹은 잿빛이라는 공통분모 때문인 것 같다. 다소 우울한 멜로디와, 답지않게 조금은 처지는 비트의.. 2014. 7. 25.
관록의 발라드 마이클잭슨 사후 앨범의 역사는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가 세상을 떠난 이듬해의 Michael이 그것. 이래저래 말이 많은 앨범이었고 나 역시 불만이 강했지만, 수록된 발라드들만큼은 전성기 작품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데 이견이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 지천명을 앞두고 있던 마이클잭슨의 관록과 여유가 물씬 묻어나는 곡들. 한창 때의 화려함은 덜하지만 불필요한 힘이 빠져 깔끔하면서도 깊이가 있다. "마이클잭슨이 이런 노래도 지었어?" 싶은 담백하고 매력적인 발라드 넘버들. '진짜 발라드' 같은 느낌이랄까. 다른 의미에서 마이클잭슨답다.       Keep Your Head Up과 (I Like) The Way You Love Me, 그리고 Best of Joy가 대표적이다. 각각 3, 4번 및 6번.. 2014. 7.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