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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화원/일상

Stranger in Hometown

by 디어샬럿 2014. 7. 25.

 

 

 

 

 

  날이 제법 궂다. 머잖아 비를 흩뿌릴 듯하면서도 소식은 없이 바람만 거세다. 이왕 오는 거라면 비만 시원하게 내려주지, 하고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비다운 비를 본 지가 너무 오래다. 성인이 된 후의 어느 때부터 날이 흐리면 기분도 덩달아 엉클어지지만, 가끔 세상이 적당히 축축해지는 건 나쁘지 않은 것 같다. 해갈도 해갈이지만, 인간의 바쁜 일상에도 뜬금없는 운치의 기회는 주어져야 할 게 아닌가 하는 열없는 생각이 부쩍 자란다. 누군가는 창밖을 보며 블랙커피를 마시고, 누군가는 김치전에 막걸리를 드는 따위의 것들 말이다. 무엇이든 누구에게든, 적당한 물기는 필요한 법이다.

 

  왜인지 이 노래가 듣고 싶었다. 비 혹은 잿빛이라는 공통분모 때문인 것 같다. 다소 우울한 멜로디와, 답지않게 조금은 처지는 비트의 곡이라 평소에 즐겨 듣진 않는다. 그래도 오늘 같은 날엔 이만한 노래가 없다. 여느 마이클잭슨의 작품이 그렇듯 이 곡 역시 세련된 사운드가 더 주목받는 경향이 있지만, 허밍을 하다보면 의외로 정교하고 맑은 멜로디 라인에 작게 놀라게 된다. 다문 입으로 가만히 읊조리면, 귓전으로 옮아오는 청명한 음에 별안간 감상에 젖곤 하는 거다. 공명 속에서 겹쳐졌다 흩어지길 반복하는 음들을 좇으며 이번 한 주를 가만히 그렸다. 노래만큼이나 횟빛이 짙은, 어딘지 불편하고 약간은 울적한 날들이었다. 여행 후유증 같은 건가. 이유 없이 가슴이 뻥 뚫린 듯 횡횡했다. 여태 낫지 않는 두드러기도 무시할 순 없겠지만.

 

  결국 결혼식과 숙박파티엔 참석하지 못하게 됐다. 말을 꺼내는 것조차 너무 미안했다. 몸이 먼저니 괜찮다는 말이 고마우면서도 더욱 면목이 없었다. 그러고 보니 서울을 떠난 지도 어느덧 1년이다. 꽤 많은 것들이 변했을 거다. 누구는 어느덧 3~4년차 사회인이 되었고, 새 직장을 구한 누구는 회사에 적응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선배 텃세에 힘들어했던 누구는 이제 좀 괜찮은지 모르겠다. 막 연인이 생겼던 누구는 여전히 달콤한 날들을 보내고 있는지, 결혼한 누구는 잘 살고 있는지. 언제부턴가, 서울에 있는 동안 부산을 그리워하지 않게 됐고 부산에 오면 서울의 이들이 보고파 견딜 수 없게 됐다. 고향임에도 이방인이 된 듯한 느낌이 드는 요즘이다. 20대의 초중반이 고스란히 담긴 곳으로, 어느 순간부턴가 마음의 추가 기울기 시작했다. 보지 못한 시간만큼 쌓인 낯선 이야기들을 따라잡을 수 있을까. 그리운 얼굴들이 포개지는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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