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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화원141

어떤 시간 꿈을 꿨다. 눈을 뜨고선 잠시 멍했다. 대개의 내 꿈은 굴절이 심한데, 오늘은 현실과 너무 딱 맞아떨어져 조금 서글펐다. 장면들을 곱씹다가, 숨겨둔 생각들과 마주했다. 나의 가장 못난 것들이 통제되지 못했던 며칠이었다. 나는 잠식당했고, 쉽게 빠져나오지 못했다. 타인의 자기장에 너무 무방비했다. 마음이 텅 비어버려 타인의 중력에 이리저리 휘둘린 날들이었다. 중력을 잃은 존재 한가운데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던 비수들이 내리꽂혔다. 서운하고 서글픈 건 지극히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시간을 거슬러 기억하고 또 기억했다. 여태껏 받은 것을 생각하지 못했다. 전해지지 못한 - 내게 왔어야 하나 타인에게로 향한 - 말들이 떠올랐다. 언어의 표면에 천착하느라 미처 읽어내지 못한 마음들을 하나하나 그렸다. 그제야 조금.. 2020. 1. 12.
복이 많다 있는 힘껏 감사하고픈 나날과 사람과 축복 속에서 살아가는 생이라니 나는 얼마나 복이 많은 인간인지, 이다지도 복이 많은 인간일 수 있는지. 나를 두른 복의 두께가 가늠조차 되지 않는 오늘 같은 순간엔, 문득 아득해지곤 한다. 하나하나 보답해 드려도 끝이 없을 이 마음들 앞에서 내 진심이란 얼마나 미욱한지, 그리고 미숙한지. 내가 복이 많다. 내가 복이 참 많다. 내 생에 분에 넘치도록 주어진 분들과 날들과 것들에 빠짐없이 온 힘을 다해 감사하고픈, 오롯이 사랑하고픈 날. 일상의 중력이 발 밑을 끌어당기는 이 순간에도 전하고 싶은, 그럼에도 열없는 부끄럼 탓에 미처 다 전하지 못한, 마음, 마음, 마음. 감사합니다. 너무나 감사합니다. 2019. 12. 18.
홀가분 지수 20% 그래도 뭐라도 하나 해 놓고 돌아가는 귀갓길은 아무렴 훨씬 낫다. 고마운 마음까지 받은 저녁이니 더욱. 낫다기 보단, 좋다. 더없이 좋다. 지하철 안에서 빼꼼히 드러난 누군가의 책등을 흘깃흘깃 곁눈질로 훔치며, 짧은 이 기록 뒤에 나도 모처럼 무엇이나 펼쳐볼까 싶은 심야의 문턱. 약 한 시간 뒤에 서둘러 잠을 자고, 여섯 시간 사십오 분 뒤에 일어나서 하루를 건너면 그래도 주말이다. 콧노래 지수 30% 도달 예정! 2019. 10. 17.
thank you, love you 감사한 인사, 과분한 말씀, 따뜻한 미소. 대화의 틈마다 건네신 말들에 미처 마음을 다 전할 새도 없이 하루가 갔다. 넘치도록 받은 선물에 눈물이 날 것 같은 이 시간들이 아쉬워 짧게나마 남겨보는 기록. 고마운 분들이 너무 많아 일일이 이를 수도 없는 일상이라니, 나는 정말로 복이 많은 사람이다. 미욱한 나를 대신해 먼저 다가와주신 소중하기 그지없는 마음들로, 배웠다. 또 배우고 돌이켰다. 희한하다. 힘을 주는 말들에는 저마다의 빛과 온기가 음성 하나하나에 묻어 있다. 우울의 언어는 하나 같이 검고 탁한 데 비해, 희망과 용기의 언어가 다채로운 빛을 띠는 건 그 때문인가 보다- 하고 이제 와 생각한다. 어떤 진심 덕에 주저앉아버리고 싶을 만큼 고마웠고, 어떤 진심 덕에 울어버리고 싶을 만큼 감격했으며, .. 2019. 9.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