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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화원141

아름다운, 너무나 아름다운 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봤다. 잠자리에 들기 전이었다. 그 '작품'은 거대 우주망원경에 비친 가장 아름다운 우주를 43분간 압축한 화보집과도 같았다. 모르긴 몰라도 그 제목을 마주한 이라면 누구나 예상 가능할 법했을 터다. 한때 소년형 미남의 상징이었으며 이제는 연기파 배우 반열에 오르내리기도 하는 헐리웃 배우의 내레이션을 앞세운 홍보문구보다, 오직 '3D우주'라는 글자가 내 눈에 박혔다. 심지어 아이맥스라는 타이틀까지 붙어, 나는 이 다큐 하나를 위해 잠에 절은 몸을 가까스로 일으키며 기어이 맥북 프로를 켜고야 말았다. 불 꺼진 방의 어둠에 덧대어 점점이 재생되는 우주는 정말이지 - 너무나 아름다워서 눈물이 났다. 원래 우주를 좋아하지만, 어젯밤의 우주는 좀 더 특별한 구석이 있었다. 시간마저 무력.. 2020. 11. 17.
호모 넷플리쿠스의 변명 말콤X의 암살을 다룬 넷플릭스 6부작 다큐멘터리를 보다 새벽녘에 잠이 들었다. 눈을 뜨고 첫술을 들자마자, 신앙의 맹목성과 악의 상존을 푸코의 진자마냥 플롯 가득 흔들어대는 넷플릭스산 영화로 하루를 시작했다. 일상 개시용으론 다소 격하고 제법 질척인 영화의 뒤에, 지난해 발굴된 피라미드와 소셜 플랫폼의 필터버블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연이어 재생했다. 놀랍게도 이조차 넷플릭스였다. 또 하나를 더 보자니 어느새 밤이 깊었고, 며칠 읽지 못한 머리맡의 책에 손을 뻗어 몇십 페이지를 읽고선 눈을 감았다. 왜인지 잠걸음은 더디 왔고, 무의식의 문턱에서 서성이는 갖은 생각을 유튜브발 음악으로 꾹꾹 눌렀다. 정말 충실하게도 넷플릭스 그리고 각종 미디어를 오간 호모 사피엔스로서의 하루였다. 이쯤 되면 나야말로 미디어 생.. 2020. 11. 16.
누적분 감사 https://youtu.be/Wn9E5i7l-EgPet Shop Boys, 내려놓으니 보이는 것이 있다. 물러서니 도드라지는 것이 있다. 어젯밤 문득 그런 것들이 떠올랐다. 애꿎은 화살의 표적이 됐던 애먼 마음이 보였다. 나와 양감과 질감이 다른 시간을 건너고 있는 그에게, 나는 오직 나의 시공으로 바라보며 군마음을 먹고 있었다. 바로 그것 때문에 이 악 물고 간신히 견딘 시간이 있는데도, 나는 불과 몇 달 만에 정반대의 입장이 되어 활을 겨누고 있었다. 어젯밤 막차를 타는데 문득 떠올랐다. 이 시간은 어쩌면 그간 제대로 느끼지 못한 모든 감사한 것들을 오롯이 받아들이기 위해 주어진 순간이 아닐까 하고. 느닷없이 튀어오르는 맥박을 심호흡으로 잠재우며, 밤과 아침을 오가며 생각한다. 남은 시간만이라도 제.. 2020. 11. 10.
"My beating heart belongs to you." https://youtu.be/PVEf56z8NwMGreen Day, 온통 열기 뿐이었던 그 시간들 한가운데 적당한 습기를 품은 저녁에 이르러 몇 번이고, 자기 전까지, 그 시절의 모든 만남들을 되새기며 듣던 노래였다. 그 시간이 오롯이 밴 노래가 느닷없이 근 8년여 만에 시간을 건너 왔다. 가사 어느 한 줄 버릴 게 없어서 그때도 톡 '상메'에 몇 줄을 썼다가, 지웠다가 했다. - 요 이틀은 어느새 흩어진 그때의 '나'의 조각을 필사적으로 찾는 작업의 시간이었다. 그러지 않겠다고 언젠가의 나와 약속했었는데, 돌아보니 그새 또 너무 많은 것들을 흩놓으며 걸어와 있었다. 내가 사랑하는 것들에 너무 무심했다. 잃고 싶지 않은 기억들, 사람들, 그리고 결코 잃어서는 안 되는 나와 다시 마주했다. 아무렴 나는 .. 2020. 11.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