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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역꾸역 남기는 일상 저녁을 건너뛰고 모처럼의 조깅을 했다. 닷새 만이었던가. 뛴다고 뛰었는데도 10km 밖에 찍지 못했다. 오랜만의 뜀박질에 아직 몸이 적응을 덜 했나 싶다. 그나마, 어제까지 당기던 종아리는 다행히 말끔해졌다. 어깨가 좀 뭉치긴 했지만. 병원엔 가보지 못했다. 가려움은 조금 나아졌지만, 두드러기는 아직 가라앉지 않았다. 벌겋게 달아오른 어깨는 아직 까매지지 않았고, 이따금씩 따끔거린다. 내일은 진짜로 병원에 가봐야지. 주말엔 H언니의 결혼식과 친구들과의 숙박파티가 연이어 있다. Y언니와의 만남도 있고. 이 얼굴과 몸으로 갈 순 없으니... 약이라도 빨리 발라야 할 것 같다. 난데없이 허기가 져서, 제주도서 다 먹지 못하고 남긴 수제소시지를 데워 먹었다. 입가가 번들번들해질 정도로 기름이 엄청났다. 그게 문.. 2014. 7. 24.
귀향의 밤 부산행 밤 비행기로 돌아왔다. 동서고가로를 피해 신선대 길을 내달리듯 온 덕에 생각보다 빨리 도착했다. 적당한 습기와 특유의 짭조름한 바닷내를 머금은 공기. 반사적으로 호흡을 크게 들이마셨다. 손끝 발끝의 힘까지 쭈욱 빠져버릴 정도로 온몸이 늘어지는 편안함. 나는 어쩔 수 없이, 이 공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모양이다. 노랗고 발간 불빛들 탓인지 하늘은 채 검지 않았다. 점점이 박힌 불빛이 점멸하는 곤빛 밤의 항구가 달리는 차창의 사면을 쫓아왔다. 모처럼의 북항 경치가 반가워서 뜬금없게도 눈물이 났다. 곧 산까지 다닥다닥 이어진 아파트들을 보며, 드디어 부산이라는 사실을 실감했다. 미학적 요소라곤 전혀 없는 성냥갑 산복주택들이 이렇게 아름다워 보일 줄이야. 이게 사람 사는 집이지! 하고, 말도 안 되는 .. 2014. 7. 24.
달을 품은 다랑쉬 자는둥 읽는둥 제주에 도착했다. 이런저런 준비 후 곧장 다랑쉬오름으로 향했다. 기생화산이라곤 해도 해발 381m. 무시할 수 없는 높이다. 간간히 흩날리는 빗방울을 조금 걱정하며, 보기보다 막상 오르니 더 만만찮은 오르막을 묵묵히 올랐다. 말만 없었다 뿐이지 땀으로 범벅이 된 채였다. 정상에 오르니, 여기가 꼭대기요 싶은 기운이 물씬 오른다. 하늘은 여전히 흐린데, 얼핏 공기는 파랗다. 살갗에 간질간질 닿아오는 바람이 좋아 잠시 우두커니 서 있었다. 이내 공기에선 풀내음이 났다. 드문드문 그림처럼 새겨진 나무와 풀밭의 녹음은 끝이 없었다. 잿빛 아침을 건넌 제주행 비행기의 몽롱한 여독이 발 끝까지 씻기는 청명함. 적잖은 산과 언덕을 올랐지만, 이런 덴 처음이었다.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풀은 누웠다 일어서.. 2014. 7. 24.
RIP, Maestro. 불현듯 그가 떠올랐다. 사흘 전 세상을 떠난 마에스트로. 음악도 인생도 거칠 것이 없었던 천운의 지휘자. 마젤은 5~60년대 혜성 같이 등장해, 이른 나이에 뉴욕필을 지배했다. 이 이상 그의 타고난 음악성과 카리스마를 증명할 이력도 더 없을 터다. 그의 인생은 현란한 음악적 성과로 가득하다. 이런저런 평가와 개인적 취향은 차치하고서라도. 생전 그의 음악을 그리 찾아듣는 편은 아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되레 내 타입이 아닐 때가 더 많았다. 특유의 과하다 싶으리만큼 빠른 템포 가운데서도 중량감은 다소 떨어지는 해석이 어딘지 이질스러웠다. 음 하나하나를 꾹꾹 눌러담는다기보단 낭창하게 뛰놀도록 내버려두는 느낌이랄까. 어떤 면에서는 약간 가벼운 감도 없잖았다. 무게 있는 곡에서는 영 힘을 못 쓰는 것 같은. .. 2014. 7. 24.
능소화는 잘못없다 [연합뉴스] "능소화 꽃가루가 실명 초래?"... 유해성 논란 : http://bit.ly/1r0TIhg -- 그 무렵 그는 곧잘 능소화를 타고 이층집 베란다로 기어오르는 꿈을 꾸었다. 꿈속의 창문은 검고 깊은 심연이었다. 꿈속에서도 그는 심연에 도달하지 못했다. 흐드러진 능소화가 무수한 분홍빛 혀가 되어 그의 몸 도처에 사정없이 끈끈한 도장을 찍으면 그는 그만 전신이 뿌리째 흔들리는 야릇한 쾌감으로 줄기를 놓치고 밑으로 추락하면서 깨어났다. 심연에 도달하지 못한 미진한 느낌은 쾌감인 동시에 공포감이기도 했다. 현금의 창은 꿈속에서는 한 번도 도달하지 못한 심연이었고, 현실에서는 이 세상 비밀을 다 삼켜버린 것처럼 깊고 은밀해서 그는 울고 싶도록 지독한 소외감을 느꼈다. 마침내 사춘기였다. - 박완서, .. 2014. 7. 24.
저녁 설거지 단상 늦은 저녁을 먹었다. 보통 6시 즈음이지만 가족들이 영 늦으면 8시가 넘기도 한다. 에라 오늘은 저녁 굶는다 생각하고 안 먹으면 되는데, 다 같이 먹고 있는 밥상에서 혼자 쏙 빠지기가 그래서 ― 라는 건 솔직히 핑계다. 맛있게들 먹는 양을 보면 혀밑서부터 침이 고인다. 내 손을 거친 요리들의 맛이 궁금하기도 하고. 국이나 찌개가 너무 짜진 않은지, 나물 간은 삼삼한지, 조림 간은 잘 배었는지... 딱 한 숟갈만, 진짜 맛만 보는 거야. 자기합리화로 시작된 수저질은 결국 밥 한 그릇을 다 비우고서야 끝이 난다. ​ 오늘은 늦은 저녁을 배불리 먹었다. 양파를 곁들인 김치찌개도 맛있었고, 양파와 볶은 애호박나물도 간이 잘 들었다. 햄에도 양파를 넣어 조려 구웠고 참치에도 다진 양파를 섞어 부쳤다. 이리저리 썰.. 2014. 7. 24.
관록의 발라드 마이클잭슨 사후 앨범의 역사는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가 세상을 떠난 이듬해의 Michael이 그것. 이래저래 말이 많은 앨범이었고 나 역시 불만이 강했지만, 수록된 발라드들만큼은 전성기 작품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데 이견이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 지천명을 앞두고 있던 마이클잭슨의 관록과 여유가 물씬 묻어나는 곡들. 한창 때의 화려함은 덜하지만 불필요한 힘이 빠져 깔끔하면서도 깊이가 있다. "마이클잭슨이 이런 노래도 지었어?" 싶은 담백하고 매력적인 발라드 넘버들. '진짜 발라드' 같은 느낌이랄까. 다른 의미에서 마이클잭슨답다.       Keep Your Head Up과 (I Like) The Way You Love Me, 그리고 Best of Joy가 대표적이다. 각각 3, 4번 및 6번.. 2014. 7.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