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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 담론을 향한 작은 반기와 그 앞에 선 우리의 과제 :: 김재필, <ESG 혁명이 온다> '생산력' 담론은 인류사를 종횡으로 관통해 왔다. 높은 생산력을 향한 욕망은 시간이 더해지며 학습되고 전승됐다. 특히 자본이 본격적으로 인간을 장악하기 시작한 근대 이후부터, 생산력은 자본 특유의 성격에 타협하며 지극히 물리적이고 수치적인 성과 위주의 개념으로 전용됐다. 오늘날 통용되는 생산력이란 적은 비용으로 많은 재화를 만들어내는 힘이나 마찬가지다. 패러다임 내지는 헤게모니 이상의 진리이자 금언이래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200여 년에 걸친 이 ‘당연함’의 세계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바로 ESG의 등장이다. ESG가 얼굴을 내밀기 시작한 건 2~3년 전이다. 유수의 대기업 리포트에 당시로선 생경했던 이 단어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코로나19로 화려하게 ‘주류 생산사회’에 등장했다. 지극히도.. 2022. 1. 8.
지나간 대로 의미 있는 시간 또다시 제법 많은 시간을 흘려보냈다. 휘발된 날들 사이사이 남겨야 했을 사건도 마음도 분명 존재했을 거다. 적잖은 날들을 지나왔는데, 통과한 순간들을 곱씹어도 우러나오는 것이 없어 조금 서글펐다. 지나간 것이 지나간 대로 의미가 있다는 건 그 시간을 충실히 체화할 수 있는 이에게 주어지는 특권일지도 모른다. 기록이든 기억이든, 인간은 자신이 가장 잘하는 수단을 통해 남김으로써 시간을 소화하기 마련이니까. 그렇다면 어디에도 남지 않은 내 ‘백지시간’들은 어쩌면 행방조차도 묘연해져 버린 게 아닐지. 상념이 여기까지 이를 때면 모로 누운 채 입술을 물어뜯으며 밤잠을 설친다. 서너 날은 일터에서 쪽잠을 자거나 밤을 새웠고, 서너 달 동안은 일상의 대부분을 회사라는 공고한 세계에 봉납했다. 당시의 그것은 하나의 .. 2021. 6. 24.
문득 https://youtu.be/f1De87ETXwo 요사이 이상하리만치 마음을 두드리는 노래. 스스로의 강퍅함이 만들어낸 것만 같은 일련의 사건들에 지친 마음의 틈으로 음률과 가사 하나하나가 꽂혀온다. 건조하고 팍팍한 일상에 스며오는 40년 전의 유분기 가득한 러브송이라니. 굳이 고르자면 뭐든 담백한 편이 취향에 가깝고, 나이가 드니 더 그런 것 같지만 왜인지 이런 노래는 기름기가 있어주는 게 나름의 사랑스러움을 배가하는 듯 싶다. 딱 요 시기 노래들에만 느껴지는 과잉 낭만형 순정 분위기가 자꾸만 귀를 잡아끈다. 야근 후 퇴근길에조차 이 노래를 반복재생하게 되는 걸 보니, 봄은 봄인가 보다. 2021. 3. 29.
비가 내게 알려준 것 출근길에 막내에게 위문편지를 썼다. 막내가 늦깎이 군인이 돼 입소한 지도 2주가 훌쩍 지났다. 내 또래들이 복무할 때만 해도 위문편지란 손으로 한 자 한 자 눌러 쓰는 것이었는데 요즘은 그렇지도 않다. 국방부 앱의 메뉴로 들어가 글을 쓰면, (아마도) 분대장이 그걸 출력해서 병사들에게 전달하는 식인 것 같다. '등록' 버튼을 누르면 '접수완료' 배너가 붙고, '출력완료' 배너가 뜨면 편지가 병사에게 갈 준비가 됐단 뜻이다. 세상이 정말로 좋아졌구나, 생각하는데 '캠프가족'들 말로는 그래도 종이편지는 또 보내줘야 한단다. 그러고 보면 아직도 집에서 온 편지를 소대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읽어주는 문화가 있긴 한가 싶지만, 내 경험의 지평에 없는 영역이다 보니 상상에 그치고 만다. 새벽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가 .. 2020. 11.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