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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과 편린 사이92

<We Are The World> - USA for Africa There comes a time when we hear a certain call When the world must come together as one There are people dying Oh, and it's time to lend a hand to life The greatest gift of all We can't go on pretending day by day That someone, somehow will soon make a change We're all a part of God's great big family And the truth - you know love is all we need ** We are the world We are the children We are the.. 2016. 9. 4.
어느 탐나는 기록, 김승옥의 <내가 훔친 여름> 4년 전 겨울은 엉망이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가슴을 세차게 흔드는 초조감에 겨우 익숙해지나 싶었을 무렵이었다. 해의 마지막이란 사실을 알아차리자마자, 짙은 불안이 바싹 뒤를 쫓아오기 시작했다. 밥을 먹을 때도 길을 걸을 때도 예고 없이 불쑥대는 불안에 발을 종종거렸다. 나는 불확실한 것에 면역이 되어 있지 못했다. 부정적인 감정은 인간의 틈을 손 쉽게 파고드는 법이다. 어느새 불안감은 내 발치에 그림자처럼 매달렸다. 초조와 불안이 빚어낸 나의 그림자는, 해가 없는 저녁이면 외려 더욱 축축하게 드리워왔다. 나는 까닭 모를 한기에 몇 번이나 몸을 움츠렸다. 잠이 오지 않는 밤이 수시로 찾아왔다. 날이 밝을 때까지 책을 읽었다. 억지로 청한다고 올 잠이 아니란 걸 알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간혹 느닷없이 의식.. 2016. 8. 26.
당분간 안녕, 하루키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그는 여전히 인기 작가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외국 소설가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들지 않을까. 정작 이렇게 말하는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를 좋아하는 편이 못 된다. 하지만 내 호불호가 무슨 상관이랴. 때때로 이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그는 타지인 한국에서도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다. 호칭만 봐도 그렇다. '무라카미'도 아니고 무려 '하루키'라니! 파울로 코엘료도 '코엘료'고 천하의 베르나르 베르베르도 '베르베르'인 마당에 말이다. 어쩌면 기묘하게 맞아떨어진 것일 수도 있다. 보통의 외국 작가들은 성으로 불린다. 우리처럼 이름이 석 자뿐이라면 더없이 좋았겠지만 어디 그런가. 프란츠 카프카, 어니스트 헤밍웨이,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 표트르 일리치 도스토옙스키... 길.. 2016. 8. 24.
<누가 커트 코베인을 죽였는가>, 김경욱 ​ ㅡ 언더그라운드 밴드로 출발한 너바나의 불가사의한 상업적 성공은 밴드의 멤버들조차 당황하게 했다. 그러나 그들이 당황할수록 대중적 인기는 높아만 갔다. 높이 날수록 추락에의 욕망은 강해진다. 21세기의 물질문명을 주도하는 컴퓨터 디지털 산업이 허름한 차고에서 시작되었듯이 그 물질문명을, 탐욕스러운 기계들을 깨부수라고 울부짖는 밴드들도 차고에서 출발한다. 삶의 아이러니란 그런 것이다. (p.36, 중에서) ㅡ 유독 어느 시대가 그려지는 문장이 있다. 내용과 무관하게, 그저 문장만으로도 시간이 품은 공기를 물씬 풍겨대는 글이 있다. 내게는 김경욱 작가가 그런 사람이다. 그의 문장에는 90년대 말의 감성이 꾹꾹 눌러 담겨있다. 새파란 화면의 PC통신, 어른 발바닥 만한 시티폰, 경제위기가 남기고 간 음울한.. 2016. 8.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