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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과 편린 사이92

문학상 두 편과 <너무 한낮의 연애> 1. 집으로 가는 기차를 타려 서울역을 서성거리다, 그 책을 보았다. 서울역엔 항상 분주한 속도감이 묻어 있었다. 시간에 쫓긴 시선과 마음들이 항상 그 공간의 공기에 섞여 있었다. 하행선 열차를 기다릴 적이어도, 거기선 편안함보단 영문 모를 초조함을 느낄 때가 더 많았다. 서점은 그곳에서 유일하다시피 홀로 느긋하게 서 있었다. 나는 걸음을 약간 늦추고서, 책들이 사람보다 곱절 이상은 많은 그 작은 곳으로 나른하게 몸을 집어넣었다. 입구를 지나자마자 가판대가 길을 막았다. 아마도 해의 초입이었던 것 같고,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이 전성태 작가의 얼굴이 새겨진 이었다. 전성태 작가와의 마지막 만남을 떠올렸다. 그 해를 기준으로 5-6년 정도 됐을 터였다. 일단 다른 것부터 보고 있자, 생각나면 사면 되지.. 2017. 2. 5.
깨고 싶지 않은 꿈, <라라랜드> 어느덧 작년이 되어버린 연말에 동생과 봤다. 내리 두 번을, 본인 얘기론 저번에 이어서 또 울면서 봤다는 동생 앞에서 뭐라 말해얄지 몰랐다. 예쁘고 여운이 남는 영화긴 한데 그 정도인가. 그렇다고 눈에 그렁그렁 눈물을 채우며 열변을 토하는 애호가 앞에서 애먼 말을 할 순 없는 노릇이었다. 장면 하나하나를 핀셋으로 골라내듯 묘사하고 뜯어내는 동생의 말을 들으며, 나는 눈을 내리깐 채 적당히 맞장구를 쳤다. 겨울 공기가 내려앉은 보도블럭이 유난히 부얘보였다. 올해는 그래도 얘들이 배를 다 드러내는 일은 없구나. 참 매정하게도, 나는 감격이 스며들어 한 톤 높아진 동생의 목소리를 귓전으로 밀어낸 채 속으로 그런 생각을 했다. 몇 번이나 영화에 대해 몇 자 남겨보려 해도 잘 되지 않았다. 기록되지 않는 것은 금.. 2017. 2. 3.
2017년 이상문학상 변론, 그리고 <랩소디 인 베를린> 새해가 밝았다고 말하기도 머쓱해지는 시간이다. 그새 이상문학상은 마흔 한 번째 이야기를 선보였다. 언제부턴가 이상문학상 수상작들을 읽지 않으면 새해를 맞지 못한 기분이 든다. 챙겨보기 시작한 게 얼마 안 됐다고 생각했는데, 가만히 손꼽아 보니 어느덧 아홉 회차다. 문단에서 정평난 작가들조차 매년 막달을 설레게 한다는 상 ― 작품집은 1월에 발간되나 발표는 12월에 이뤄진다 ― , 작가 인생의 가장 굵직한 한 줄이자 평생의 힘이 되어준다는 상, 무엇보다 비슷한 명성의 상들이 한 차례는 겪었던 설화와 파문이 여직 없었던 상. 작가의 글과 세계에 관한 명실상부 국내 최고의 인정이 바로 이상문학상일 것이다. * * * 본론에 들어가기 전, 곁가지 얘기를 먼저 해 보려고 한다. 이상문학상에 대한 논란에 관해서다... 2017. 1. 30.
2016년 읽은 책들, 짧은 평들 변곡점이랄 만한 사건이 크게 없었던 해였음에도 독서량이 형편 없는 수준이다. 무엇보다 중도포기한 작품이 너무 많았다. 시간이 없다기엔 내 시간들의 용태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지라 핑계를 대기도 낯부끄럽다. 그나마 부끄러운 양심에 변론이라도 하자면, 우왕좌왕 갈팡질팡하다 차분히 읽어낼 마음의 여유를 찾지 못한 탓이라고 할까. 목표에 한참 미치지도 못했을 뿐더러 장르 편중은 올해도 극복하지 못했다. 반성하는 차원에서 올려보는 2016년 통독 목록. 1. , 에리히 프롬 / 대학 때 소설을 제외하고 제일 많이 읽은 책이 사회과학서와 역사서적이었다. 아무래도 전공 영향을 많이 받았다. 가만히 돌이키면, 사회과학서는 프랑크푸르트 학파가 대부분이었다. 프롬의 대표 저서를 모처럼 읽으면서 그때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2017. 1.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