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평론과 편린 사이/책58

2017년 이상문학상 변론, 그리고 <랩소디 인 베를린> 새해가 밝았다고 말하기도 머쓱해지는 시간이다. 그새 이상문학상은 마흔 한 번째 이야기를 선보였다. 언제부턴가 이상문학상 수상작들을 읽지 않으면 새해를 맞지 못한 기분이 든다. 챙겨보기 시작한 게 얼마 안 됐다고 생각했는데, 가만히 손꼽아 보니 어느덧 아홉 회차다. 문단에서 정평난 작가들조차 매년 막달을 설레게 한다는 상 ― 작품집은 1월에 발간되나 발표는 12월에 이뤄진다 ― , 작가 인생의 가장 굵직한 한 줄이자 평생의 힘이 되어준다는 상, 무엇보다 비슷한 명성의 상들이 한 차례는 겪었던 설화와 파문이 여직 없었던 상. 작가의 글과 세계에 관한 명실상부 국내 최고의 인정이 바로 이상문학상일 것이다. * * * 본론에 들어가기 전, 곁가지 얘기를 먼저 해 보려고 한다. 이상문학상에 대한 논란에 관해서다... 2017. 1. 30.
2016년 읽은 책들, 짧은 평들 변곡점이랄 만한 사건이 크게 없었던 해였음에도 독서량이 형편 없는 수준이다. 무엇보다 중도포기한 작품이 너무 많았다. 시간이 없다기엔 내 시간들의 용태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지라 핑계를 대기도 낯부끄럽다. 그나마 부끄러운 양심에 변론이라도 하자면, 우왕좌왕 갈팡질팡하다 차분히 읽어낼 마음의 여유를 찾지 못한 탓이라고 할까. 목표에 한참 미치지도 못했을 뿐더러 장르 편중은 올해도 극복하지 못했다. 반성하는 차원에서 올려보는 2016년 통독 목록. 1. , 에리히 프롬 / 대학 때 소설을 제외하고 제일 많이 읽은 책이 사회과학서와 역사서적이었다. 아무래도 전공 영향을 많이 받았다. 가만히 돌이키면, 사회과학서는 프랑크푸르트 학파가 대부분이었다. 프롬의 대표 저서를 모처럼 읽으면서 그때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2017. 1. 4.
어느 탐나는 기록, 김승옥의 <내가 훔친 여름> 4년 전 겨울은 엉망이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가슴을 세차게 흔드는 초조감에 겨우 익숙해지나 싶었을 무렵이었다. 해의 마지막이란 사실을 알아차리자마자, 짙은 불안이 바싹 뒤를 쫓아오기 시작했다. 밥을 먹을 때도 길을 걸을 때도 예고 없이 불쑥대는 불안에 발을 종종거렸다. 나는 불확실한 것에 면역이 되어 있지 못했다. 부정적인 감정은 인간의 틈을 손 쉽게 파고드는 법이다. 어느새 불안감은 내 발치에 그림자처럼 매달렸다. 초조와 불안이 빚어낸 나의 그림자는, 해가 없는 저녁이면 외려 더욱 축축하게 드리워왔다. 나는 까닭 모를 한기에 몇 번이나 몸을 움츠렸다. 잠이 오지 않는 밤이 수시로 찾아왔다. 날이 밝을 때까지 책을 읽었다. 억지로 청한다고 올 잠이 아니란 걸 알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간혹 느닷없이 의식.. 2016. 8. 26.
당분간 안녕, 하루키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그는 여전히 인기 작가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외국 소설가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들지 않을까. 정작 이렇게 말하는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를 좋아하는 편이 못 된다. 하지만 내 호불호가 무슨 상관이랴. 때때로 이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그는 타지인 한국에서도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다. 호칭만 봐도 그렇다. '무라카미'도 아니고 무려 '하루키'라니! 파울로 코엘료도 '코엘료'고 천하의 베르나르 베르베르도 '베르베르'인 마당에 말이다. 어쩌면 기묘하게 맞아떨어진 것일 수도 있다. 보통의 외국 작가들은 성으로 불린다. 우리처럼 이름이 석 자뿐이라면 더없이 좋았겠지만 어디 그런가. 프란츠 카프카, 어니스트 헤밍웨이,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 표트르 일리치 도스토옙스키... 길.. 2016. 8.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