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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과 편린 사이/책58

<독설의 팡세>, 에밀 시오랑 "신념이 확고한 인간에게는 문체가 필요없다. 말을 잘하려고 걱정하는 것은 신념 속에 잠들 수 없는 인간이나 갖고 있는 속성이기 때문이다. 기댈 수 있는 굳건한 것이 없으므로, 그들은 현실의 겉치레에 불과한 언어에 매달린다. 그러나 신념이 확고한 인간들은 현실의 겉치레를 무시하고 자발적인 언어 속에 편안하게 안주할 수 있다." - 에밀 시오랑, --- 는 생각날 때마다 읽는다. 단문들로 구성된, 이를테면 잡문집 같은 거다. 잡문집이라기엔 말이 품은 독이 꽤 세다. 으레 '문집'이랄 게 주는 알록달록함과는 거리가 멀다. 독설집이라고 해야 더 그럴 듯하게 들린다. 그것도 허무와 회의에 대한 옹호의 첨병 역할을 자처하고, 세상의 모든 통념을 후벼파기로 단단히 작정한 독설이다. 유려한 문장까지 겹쳐지니, 거의 반.. 2014. 8. 14.
<문단속 좀 해주세요>, 이청준 나는 일찍부터 나름대로 한 권의 자서전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글로 씌어졌거나 서점에서 팔리는 실제의 책은 아니다. 마음속에 씌어져 있는 것이다. 하기야 그런 식으로 쓰여지지도 않은 자서전을 마음속에 지니고 사는 사람이 비단 나 하나만은 아닐 것이다. 누구나 마음속엔 자신의 그런 자서전을 한 권씩 지니고 살아가게 마련이다. 나 같은 주제에 건방진 소리가 될지 모르지만, 사람이 세상을 살아간다는 건 결국 그 마음속의 자서전을 현실 가운데에서 실현시켜가는 과정이 아닐까도 생각된다. 어떤 사람은 구국 성웅 이순신 장군 같은 위인을 자기 자서전으로 삼고 살아가는가 하면, 또 다른 사람들은 그보다 좀 뭣하기는 하지만 오나시스 같은 거부나 카사노바 같은 바람둥이를 그 자서전의 모델로 삼아 살아갈 수도 있다. 페스탈.. 2014. 8.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