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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화원/일상100

아무것도 몰라요 모 종편채널에서 리모컨이 멈췄다. 무슨 말을 하나 싶어 시선을 고정했다. 조금만 더 보면 달라지겠지, 들을 만한 게 나오겠지. 조금만 더... 그러다 결국 그걸 두 시간이나 꾸역꾸역 다 보고 앉은 못난 인내심(혹은 우유부단)을 탓하고야 말았다. 치뜬 눈만큼 목에도 힘을 잔뜩 넣은 앵커는, 국가비상상황이라도 알리듯 비장한 얼굴로 숨진 교주 장남의 소식을 전했다. 잘 들지도 않아 몇 번이나 쑤시기를 반복해야 하는 녹슨 창처럼 귀를 연신 찔러대는 음성이었다. 의도치 않게 청자의 신경을 바짝 곤두세우는. 소식이랄 것도 없었다. TV판이자 정치판 타블로이드 한 편 거하게 읽은 느낌이었다. 패널들은 앵커를 사이에 두고 원탁에 모여앉아 덩달아 핏대를 올렸다. 갈수록 쩌렁쩌렁하고 높아지는 목소리들이 겹치고 엎어지고 잘.. 2014. 7. 26.
Stranger in Hometown 날이 제법 궂다. 머잖아 비를 흩뿌릴 듯하면서도 소식은 없이 바람만 거세다. 이왕 오는 거라면 비만 시원하게 내려주지, 하고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비다운 비를 본 지가 너무 오래다. 성인이 된 후의 어느 때부터 날이 흐리면 기분도 덩달아 엉클어지지만, 가끔 세상이 적당히 축축해지는 건 나쁘지 않은 것 같다. 해갈도 해갈이지만, 인간의 바쁜 일상에도 뜬금없는 운치의 기회는 주어져야 할 게 아닌가 하는 열없는 생각이 부쩍 자란다. 누군가는 창밖을 보며 블랙커피를 마시고, 누군가는 김치전에 막걸리를 드는 따위의 것들 말이다. 무엇이든 누구에게든, 적당한 물기는 필요한 법이다. 왜인지 이 노래가 듣고 싶었다. 비 혹은 잿빛이라는 공통분모 때문인 것 같다. 다소 우울한 멜로디와, 답지않게 조금은 처지는 비트의.. 2014. 7. 25.
늦어서 미안해 이해하지 못했던 감정들을 이해하고 있다. 순전히 타인의 것인 줄로만 알았는데, 어느 순간 내것이 되어 있었다. 알 것 같다며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온전히 내게로 물들이긴 어려웠던 사연들이, 이제야 다가왔다. 모르는 새 방문을 열고 들어와 가슴 한 구석에 비집고 앉은 회백색의 마음들. 이런 뜻이었구나. 이런 심정이었구나. 노력에도 불구하고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었던 암호같은 무언(無言)들. 이름을 불러주기 전엔 꽃인 줄도 몰랐던 어느 몸짓처럼, 미세한 감정의 틈에서 울리는 진파를 꽤나 시간이 흐른 후에야 느낄 수 있게 됐다. 온갖 너울을 고스란히 안고 지냈을 그 시절 그와 그녀의 절박함이 가슴을 아프게 관통한다. 누구 하나라도 가만히 이 진동을 잡아주길, 아니 알아만이라도 주길... 얼마나 간절히 바랐을까... 2014. 7. 24.
꾸역꾸역 남기는 일상 저녁을 건너뛰고 모처럼의 조깅을 했다. 닷새 만이었던가. 뛴다고 뛰었는데도 10km 밖에 찍지 못했다. 오랜만의 뜀박질에 아직 몸이 적응을 덜 했나 싶다. 그나마, 어제까지 당기던 종아리는 다행히 말끔해졌다. 어깨가 좀 뭉치긴 했지만. 병원엔 가보지 못했다. 가려움은 조금 나아졌지만, 두드러기는 아직 가라앉지 않았다. 벌겋게 달아오른 어깨는 아직 까매지지 않았고, 이따금씩 따끔거린다. 내일은 진짜로 병원에 가봐야지. 주말엔 H언니의 결혼식과 친구들과의 숙박파티가 연이어 있다. Y언니와의 만남도 있고. 이 얼굴과 몸으로 갈 순 없으니... 약이라도 빨리 발라야 할 것 같다. 난데없이 허기가 져서, 제주도서 다 먹지 못하고 남긴 수제소시지를 데워 먹었다. 입가가 번들번들해질 정도로 기름이 엄청났다. 그게 문.. 2014. 7.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