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하지 못했던 감정들을 이해하고 있다. 순전히 타인의 것인 줄로만 알았는데, 어느 순간 내것이 되어 있었다. 알 것 같다며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온전히 내게로 물들이긴 어려웠던 사연들이, 이제야 다가왔다. 모르는 새 방문을 열고 들어와 가슴 한 구석에 비집고 앉은 회백색의 마음들. 이런 뜻이었구나. 이런 심정이었구나. 노력에도 불구하고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었던 암호같은 무언(無言)들. 이름을 불러주기 전엔 꽃인 줄도 몰랐던 어느 몸짓처럼, 미세한 감정의 틈에서 울리는 진파를 꽤나 시간이 흐른 후에야 느낄 수 있게 됐다. 온갖 너울을 고스란히 안고 지냈을 그 시절 그와 그녀의 절박함이 가슴을 아프게 관통한다. 누구 하나라도 가만히 이 진동을 잡아주길, 아니 알아만이라도 주길... 얼마나 간절히 바랐을까. 감싸안아주지 못해 이리저리 떠도는 본인의 언어들을 빤히 보면서... 내게 얼마나 서운했을까. 나는,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훨씬 어설프고 미숙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그땐 미처 알지 못해서, 너무 오랜 시간이 흘러버린 뒤에야 알아채버려서 지금에서야 돌이키고 있는 누군가에게 미안한 날들. 제게도 똑같은 시절이 있었음에도 벌써부터 잊어가는 누군가에게 서운해지는 날들. 그럼에도 언제나 믿어주고 조용히 지켜봐주는 누군가에게 고마운 날들. 기가 차도록 맞지 않는 이 모든 타이밍에 서글퍼지는 날들. 조금씩 떨어뜨릴 준비를 해야 하는걸까. 어쩌면, 최악을 생각해야만 할지도 모르겠다.
(2014.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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