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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화원/감사14

역전의 용사 기분에 지지 않기 위해 부단히도 애썼다. 나는 용사 이상의 투사라도 된 것 마냥 끊임없이 침범하는 기분과 포물선을 그리는 생체리듬의 시간차 공격을 홀로 막아냈다. 그리고 나름의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 작은 '이김'이 삶에 이다지도 힘이 될 수 있다니. 그래서 다짐한다. 잠식당하지 않겠다고, 오늘도 내일도. 기분에도 일상에도 지지 않고, 이 시간들을 다 지켜내겠다고. 무례한 언사들 속에서도 배울 시간이 있다는 것은 여러모로 고마운 일이다. 기어코 지지 않은 나를 보듬으며, 이제는 조금씩 더욱 긴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다짐하며, 또한 이 하루의 끝에 찾아온 행운에 온 힘을 다해 감사하며, 여전히 사랑하고 있음에 숨 가쁘게 기뻐하며, 작은 승리의 증거를 남겨두는 날. 2020. 5. 18.
또 다시, 감사 사건이 형성한 우주의 한가운데, 작지만 선명히 빛나는 진심을 본다. 그것은 마치 항성과도 같아서 광막한 무심(無心)의 진공에서도, 시야를 정신없이 가리는 행성과 위성의 무리에서도, 심지어 몇 백 광년 떨어진 거리에서도 빛과 열을 내뿜으며 존재를 알려온다. 그렇기에 인간은 진심 하나로 그토록 모진 것들을 견뎌내는지도 모른다. 요사이의 나는 - 채 언어의 마수로 자라진 못했으나 그럼에도 알 수밖에 없는 - 습하고 축축한 무언(無言)의 뿌리들 사이에서 홀로 온기를 내뿜는 용기를 마주하고 있다. 다 알 것 같기에 어떤 것에도 섣불리 다가설 수 없는데, 그렇기에 성큼성큼 걸어 들어오는 마음에 조용하고도 하염없이 울게 된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저 온 힘을 다해 감사하는 것뿐이다. 정말 온 힘을, 온 마.. 2020. 3. 23.
복이 많다 있는 힘껏 감사하고픈 나날과 사람과 축복 속에서 살아가는 생이라니 나는 얼마나 복이 많은 인간인지, 이다지도 복이 많은 인간일 수 있는지. 나를 두른 복의 두께가 가늠조차 되지 않는 오늘 같은 순간엔, 문득 아득해지곤 한다. 하나하나 보답해 드려도 끝이 없을 이 마음들 앞에서 내 진심이란 얼마나 미욱한지, 그리고 미숙한지. 내가 복이 많다. 내가 복이 참 많다. 내 생에 분에 넘치도록 주어진 분들과 날들과 것들에 빠짐없이 온 힘을 다해 감사하고픈, 오롯이 사랑하고픈 날. 일상의 중력이 발 밑을 끌어당기는 이 순간에도 전하고 싶은, 그럼에도 열없는 부끄럼 탓에 미처 다 전하지 못한, 마음, 마음, 마음. 감사합니다. 너무나 감사합니다. 2019. 12. 18.
thank you, love you 감사한 인사, 과분한 말씀, 따뜻한 미소. 대화의 틈마다 건네신 말들에 미처 마음을 다 전할 새도 없이 하루가 갔다. 넘치도록 받은 선물에 눈물이 날 것 같은 이 시간들이 아쉬워 짧게나마 남겨보는 기록. 고마운 분들이 너무 많아 일일이 이를 수도 없는 일상이라니, 나는 정말로 복이 많은 사람이다. 미욱한 나를 대신해 먼저 다가와주신 소중하기 그지없는 마음들로, 배웠다. 또 배우고 돌이켰다. 희한하다. 힘을 주는 말들에는 저마다의 빛과 온기가 음성 하나하나에 묻어 있다. 우울의 언어는 하나 같이 검고 탁한 데 비해, 희망과 용기의 언어가 다채로운 빛을 띠는 건 그 때문인가 보다- 하고 이제 와 생각한다. 어떤 진심 덕에 주저앉아버리고 싶을 만큼 고마웠고, 어떤 진심 덕에 울어버리고 싶을 만큼 감격했으며, .. 2019. 9.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