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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화원/감사

또 다시, 감사

by 디어샬럿 2020. 3. 23.

사건이 형성한 우주의 한가운데, 작지만 선명히 빛나는 진심을 본다. 그것은 마치 항성과도 같아서 광막한 무심(無心)의 진공에서도, 시야를 정신없이 가리는 행성과 위성의 무리에서도, 심지어 몇 백 광년 떨어진 거리에서도 빛과 열을 내뿜으며 존재를 알려온다. 그렇기에 인간은 진심 하나로 그토록 모진 것들을 견뎌내는지도 모른다.

 

요사이의 나는 - 채 언어의 마수로 자라진 못했으나 그럼에도 알 수밖에 없는 - 습하고 축축한 무언(無言)의 뿌리들 사이에서 홀로 온기를 내뿜는 용기를 마주하고 있다. 다 알 것 같기에 어떤 것에도 섣불리 다가설 수 없는데, 그렇기에 성큼성큼 걸어 들어오는 마음에 조용하고도 하염없이 울게 된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저 온 힘을 다해 감사하는 것뿐이다. 정말 온 힘을, 온 마음을 다해 감사를 전할 뿐이다.

 

또 다시, 감사하며, 새삼 깨닫는다. 내 언어는 이 상황들과 나를 둘러싼 마음들 그리고 그에 닿고자 하는 내 감사가 얽힌 이 생의 바다에서 결코 온전한 전해질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그 드넓은 우주에 비하면 내 말의 지평은 너무나 척박하고, 뽑아도 뽑아도 이내 돋아오르는 미욱함으로 하루에도 몇 번씩 부끄럽고 죄송스러워질 따름이다. 조금 더 현명하다면, 조금 더 지혜롭다면, 내가 이 모든 것들을 조금 더 능숙하고 조금 더 의연하게 감사할 수 있다면. 그리하여 또 다시, 나는 감사할 수밖에 없다.

 

무어라 말씀드려얄까. 어떻게 전해얄까. 사람이 사람을 위해 마음을 기울인다는 것은 얼마나 큰 일인가. 세상에는 당연한 것이 없는데, 나는 이 삶의 틈마다 너무나도 많은 것들을 받고 있다. 그 어떤 것도 당연하지 않다. 그래서일까. 먼 길을 돌고 돌아 내게 도달한 마음들을 바라보고 곱씹을 수록 자꾸만 눈물이 난다. 다 알 듯 하면서도 결코 알지 못할 크나큰 마음들 앞에서 나는 오늘도 어리고 보잘 것 없다. 죄송하고, 감사하고, 감사하고, 또 감사하고... 그 어떤 말로도 헤집을 수 없이 무성한 고마움이 드리운 수풀을 건넌다. 올해 들어 너무 많이 우는 건 아닌가, 그래도 이런 눈물이라면 백 번이고 흘려도 좋다, 하면서. 이 인연의 시공에 오직 감사만을 담은 오롯한 진심을 온 마음을 태워 전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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