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걸 무심결에 듣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간만에 만난 멋진 곡이다, 이런 분위기의 노래가 별로 취향이 아닌데도. 꽉 채워지지 않은 일상으로 침투한 나른한 여유가 한껏 묻어나는 뮤직비디오. 왠지 모르게 넋 놓고 보게 된다. 보정감을 최대치로 올려 쨍쨍하기까지 한 색감이, 고즈넉하기까지 한 컷 하나 하나에 기가 막히게 스며들었다.
너무나 익숙해서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간주부 악곡은 차이콥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1번 중 1악장. 곡의 전반적인 모티프로도 쓰였다. 클래식을 이렇게도 재해석할 수 있다니. 시간을 건넌 선율이 이런 방식으로도 숨을 쉴 수 있구나 싶다. 음악이란, 예술이란 실로 놀라울 따름이다.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연주한 마르타 아르헤리치. 샤를 뒤투아가 지휘한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이다. 두 사람 다 기함하리만치 젊어 놀랐다. 얼굴들을 보아하니 1970년대 즈음인 것 같은데, 둘의 이혼 전인지 후인지 모르겠다. 샤를 뒤투아가 몬트리올 음악감독을 맡기 전인지 후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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