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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과 편린 사이/음악

낯익게 낯선 새 뮤비

by 디어샬럿 2014. 8. 15.

 

 

 

 

 

 

 

 

 

 

  뮤직비디오가 나오긴 했다. Xscape 앨범의 두 번째 싱글로 낙점된 A Place With No Name다. In The Closet의 컨셉과 클립을 재구성한 작품이다. 트위터 타임라인으로 선감상을 했다. 직전 싱글보다 더한 로우퀄리티에다 곡과의 이질감에 기함하고야 말았지만, 곧 어쩔 수야 있었겠나 하는 적당한 허탈감이 몰려온다. 팬들도 마찬가지. 실망 일색이지만 뭘 어쩌겠냐는 반응이 대다수다. 마이클잭슨 자신이 뮤직비디오 연출까지 총괄했던 시절의 질을 무슨 수로 따라가겠나 싶다. 만든다고 애쓰는 것만으로도 노력의 가상함을 칭찬해야 할 판이다. 덕분에 인더클로짓 시기의 쭉쭉 뻗은 마이클잭슨도 볼 수 있으니.

 

  ...근데 아무리 그래도... 2014년에 만든 게 1992년산 모티브 뮤비보다 더 쌍팔스러우면 어쩌잔 말이오.

 

 

 

 

 

 

 

 

 

  그래서 모처럼 보는 In The Closet. 길쭉길쭉한 마이클잭슨과 나오미 캠벨이 의미 불명의 춤을 춘다. 마이클잭슨 뮤직비디오들 중 가장 섹시한 작품으로도 손꼽힌다. 어렸을 때 공중파에서 이 뮤직비디오를 틀어줬던 기억이 어렴풋하다. 틀리지 않다면, 당시엔 <일요일 일요일 밤에>란 이름이었던 지금의 일밤이 끝난 후 막간이었던 것 같다. 특유의 세피아톤 화면과 나른한 분위기가 인상 깊었다. 기억이 온전치 않아 이렇게까지 노골적일 줄은 꿈에도 몰랐지만. 뭐 그래봤자 몸 구석구석을 느긋하게 훑는 카메라 워크나 손짓 몸짓 정도다.


  대학 때 이 노래에 꽂혀 다시 보면서는 마이클잭슨의 기럭지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우리나이로 서른다섯일 적. 저땐 그 나이면 아저씨 소리 들었는데, 열댓살이나 어린 나오미 캠벨의 또래 같아 보였다. 어쩜 저렇지 싶었다. 무릎을 바깥쪽으로 꺾고 앉은 자세로 내려가던 동작에서 '이이는 허벅지 근육이 없나?' 하는 생각까지 했더랬다. 언제 봐도 참으로 길다 길어. 나름 고급스러운 화면 치곤 제작비도 거의 들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안녕 저는 쌍팔년도 컨셉 저예산이에요"라고 사방에 광고하는 듯한 이번 뮤직비디오는... 여러모로 할 말이 없다. 그가 나오는 낯익은 장면들 속에서 그가 아니라는 낯섦만이 묻어난다. 처음이자 마지막 감상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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