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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과 편린 사이/음악

달을 기다리며, 月光

by 디어샬럿 2014. 8. 10.

 

 

 

 

 

 

 

 

  예고 없이 찾아오는 기억들이 있다. 오늘의 킨키키즈가 그랬다. H의 연락을 받고서 갑자기, 오랜만에 들어보고 싶어졌다. 몇 번이나 듣고 봤던 거지만 감회가 새롭다. 한창 좋아하던 시절의 기억이 남은 탓인지 최신 영상이라 생각했는데 정식 데뷔 10주년, 2007년 이맘때보다 2주 정도 빨랐던 때 무대다. 벌써 7년 전이다. 문득 느껴지는 시간의 너울에 몸서리 친다. 정말로 시간이 빠른 건지, 이럴 때만 느끼는 내가 둔한 건지.

 

  킨키가 참 괜찮았다. 기일 듯 아닐 듯 아이돌의 경계에 아슬아슬 선 특유의 매력이 있었다. KinKi Kids, 킨키(간사이) 출신 아이들이라는 다소 엽기적(?)이고 우스꽝스러운 이름과는 달리 음악 하나는 정말로 멋졌다. 방송에선 한껏 끼를 펼쳐도 음악 앞에서는 언제나 진지했다. 개개의 개성과 역량이 뛰어난 편이라 솔로 활동도 심심찮았지만, 킨키로서의 편이 훨씬 좋았다. 요 최근 2년 앨범을 제외하곤 노래로 실망시킨 적이 없었다. 서정 넘치는 단조풍의 음악과, 가끔은 오버스러울만큼 섬세한 구석이 있는 가사를 좋아했다. 어느 시기건 그런 게 끌릴 때가 있다.

 

  어느덧 두 사람도 우리나이로 서른 하고 일곱 혹은 여섯. 데뷔 연차론 17년, 결성으로 따지면 22년차 그룹이다. 화려했던 전성기를 저만치 보낸 진 오래. 이젠 방송활동마저도 드문드문한 모양이었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니 이 편이 더 보기가 좋다. 얼굴 가득 지친 기색이 역력했던 젊은 날은, 지켜보는 게 미안하리만치 불편했다. 이제 세간 눈치 안 보고 하고 싶은 거 할 수 있다는 편안한 얼굴들. 이따금 생각날 때 보는 요즘 킨키의 모습은 그래서 흐뭇하다. 어깨 힘을 빼고 인생과 상대를 진지하게 마주할 수 있게 된 두 남자. 더 많은 걸 이룰 수 있는 사람들인데 여기서 주저앉는다며 실망했던 날들도 있었다. 더러 아쉬울 때도 있지만, 지나고 보니 이 편도 나쁘지 않다. 전무후무한 듀오로 이렇다 할 사고 없이 여기까지 와 준 것만도 고맙다. 이따금 뒤돌아보게 될 때, 지금처럼만이라도 그 자리에 있어줬으면 좋겠다. 이대로나마 잔잔하게. 킨키에 작게나마 남은 욕심이 있다면 그 뿐이다.

 

  좋은 노래야 많고 많은데 이상하게 이 노래가 듣고 싶었다. 오늘 슈퍼문이 뜬다고 여기저기서 얘기하니 그런가. 마음 먹고 보려고 했는데 비가 온다. 일단 새벽까진 기다려볼 생각인데, 볼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아쉬운 마음은 월광 노래로나마 ― 月光을 つきひかり라 읽어야 하는지 げっこう라 읽어야 하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통상적으론 후자인데 쓰는 사람 마음따라 독음이 달라질 수도 있는 게 일본어니 ― . 어쿠스틱과 재즈로 편곡한 이 버전이 더 마음에 든다. 연식(!)으로나 음악으로나 숙성된 킨키에 잘 어울린다. 돔에 라이브다보니 음이 뭉개진 건 좀 그렇지만. 그나저나 모처럼 콘서트를 보니 작은 욕심이 하나 더 생긴다. 펜싱경기장이라도 좋으니, (이미 많이 늦었지만) 더 늦기 전에 내한 한 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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