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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화원/일상

당연 거부 선언

by 디어샬럿 2020. 2. 18.

부쩍 울퉁불퉁해진 마음 탓에 쉽게 잠들지 못하고 있다. 언제부턴가 시작된, 그리고 계속 건너가야 할, 혹은 더 격하게 닥칠 것으로 예상되는 시간의 굴곡 탓인가. 그러기엔 오지도 않은 것들에 이렇게나 하루에도 몇 번씩 쿵쿵 내려앉을 일인가. 멀미와도 같은 감각을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참아내야 하는 날들이, 정녕 그 탓인가.

절대 아니다. 나는 '당연한' 것들에 지쳤다. 왜 내가 당연한가. 인간에 대한 실망에 절어 나의 나날을 반추한다. 왜 내가 하는 것들은 당연하고, 채근의 대상이 되어야 하나. 하루에도 몇 번씩 허공에 대고 묻지만, 반향도 답도 없는 침묵만 돌려받길 수 일 째. 이런저런 이유로 울퉁불퉁해진 마음을 건너는 날들이 끊기지 않고 이어지는 중이다. 이렇게까지 마음이 상한 날엔 책마저도 읽기 싫어진다. 편협한 세계를 떠나오는 찰나의 여유마저 제대로 보상받지 못한 하루는 중심을 잃고 흔들린다. 불룩불룩한 마음을 걷는 탓에 하루가 덩달아 덜컹거린다.

아주 먼 시선으로 길의 끝을 보려 손을 대어본다. 갈 지 자로 걷다 보면 다다를 수 있을까, 싶다. 돌이켜보니 나는 당연한 존재가 돼 있었다. 하는 것만 하면 그만인, 의뭉스런 물음 앞에 제대로 답을 할 수 없는, 나조차도 의문스런 날들이 이어지고, 대접의 탈을 쓴 '취급'을 받고 있지만, 그럼에도 나는 당연한 인간은 아니니까 말이다. 정량 이상을 소진하는 나의 나날들이 응당 그래야만 하는 게 아니니까 말이다. 위태로운 목구멍으로 꾸역꾸역 몰아넣어'져야만' 하는 것들을 언제까지고 감당해야만 하는 게 내 인생은 아니니까 말이다. 나는 당연히 바치고 쏟아내야 하는 사람이 아니고, 내게도 내가 있으니 말이다.

그러니 그 길은 잘 된 걸지도 모른다. 아주 먼 시선의 끝에 문이 분명 있겠지. 늘 닿고 싶었던 그 시간을 위해 내 길이 이토록 혹독한 거겠지. 그러니 참기엔 견딜 수 없이 속이 메스꺼워지는 이 굴곡의 길도 이 악물고 걸어가야지. 달려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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