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비밀의 화원/일상

B와 D 사이

by 디어샬럿 2020. 2. 4.

이 순간조차 배워야 하는 게 맞는데, 그러기엔 너무 힘 빠지는 이 시절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느슨해진 틈으로 또 다시 들이닥친 사건과, 그로 인한 분노와, 질책과, 허탈함과, 고이고이 퇴적된 다 놓고 싶은 마음은 어디서부터 되짚어 가야 할까. 내 삶이랍시고 꾸역꾸역 밀어넣는 이 시간들에 참을 수 없이 구역질이 날 땐 어떡해야 할까. 무엇부터 손을 대야 할까. 이 시간조차 너끈하게 이겨내야 할 터인데, 그러기에 지금의 나는 너무 많은 것들로 나약해졌고 무엇 하나 올곧게 받아들일 수 없게 되었다. 또 얼마나 더 실망하고 울어야 할까. 사람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 나는 여기서 뭘 더 선택해야 하나.

나로부터 기인하지 않은 말들과 판단들에 지친 날들 가운데 내려꽂힌 것으로부터 모든 것을 돌아보는 퇴근길. 보호막도 동반자도 없이 책임이라는 이름의 질책이 쏟아지는 이 시간의 한가운데를 간신히 버티고 섰다. 그렇게까지 잘못 살지 않은 것 같은데, 돌이켜보니 하염없이 내던져졌다. 오직 후회하지 않기 위해 버티는 게 맞는 걸까. 아니 이 시간을 다 건넌 걸 후회되지 않게는 될까. 언제까지 분노해야 하나. 어디까지 생각해야 하나. 더 무너지지 않기 위해, 혹은 사람을 혐오하지 않기 위해 내 손으로 이 시간의 숨통을 틀어쥘 때일까. 나마저 나를 내던지고 있는 건 아닐까. 배울 수나 있는 시간인가. 이젠 정말 그만 할 때인가.

'비밀의 화원 >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당연 거부 선언  (0) 2020.02.18
초월식 사고  (2) 2020.02.10
어떤 시간  (2) 2020.01.12
홀가분 지수 20%  (0) 2019.10.17
내 것의 힘  (0) 2019.08.29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