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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화원/순간

행복을 비는 마음이란

by 디어샬럿 2019. 3. 25.

“늘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마지막 문장을 쓰며 새삼 생각해보았다. 행복하길 바란다는 말을 나는 어떤 때 주로 해 왔던지. 못내 아쉽거나 더없이 슬프거나, 여하튼 감정에 제법 습기가 들어찬 때 나는 누군가의 행복을 빌곤 했다.

내 행복을 비는 말들을 며칠에 한 번 꼴로 마주한 날들이 있었다. 이 산만 넘으면 된다고 생각한 길의 문턱에서 몇 번이고 미끄러졌던 시간들이었다. 심장을 졸이며 통지를 기다리던 때, ‘합격’이란 말 대신 만나는 ‘행복’에 심장이 쿵쿵 내려앉았다. 글자들은 자욱을 남길 새도 없이 눈 앞에서 휙휙 스쳐 지나갔다. 그때의 나는 대개는 울면서, 때로는 분노하면서 그 문장을 움켜쥐었다. 문장 사이사이를 마치 숨통이라도 된 마냥 틀어쥐면서 그 말들의 진정성을 속으로 몇 번이나 의심하곤 했다. 돌이키는 게 부끄러우리만치 못난 마음이었다. 그땐 그렇게라도 해야 한결 풀리는 것 같았다.

그 말을 쓴 이의 마음을 이제야 생각한다. 간절함 앞에서 행복을 비는 마음이란, 빌어야만 하는 마음이란, 그렇게라도 해서 전해야만 하는 마음이란 어떤 것이었을까. 이것이 다가 아니라는 걸, 찾지 못했을 뿐 더 많은 길이 있다는 걸, 다만 그의 것이 나의 조각에 맞지 못한 그 알량한 이유일 뿐이라는 걸 다 이르지 못해 그 한 문장으로 갈음해야 하는 마음이란 - 행복을 비는 마음이란, 이렇게 씁쓸한 것이구나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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