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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화원/일상

하나씩, 조금씩

by 디어샬럿 2018. 2. 23.


늘 거창한 것들만 생각해 왔다. 큰 꿈, 거대한 목표, 높은 이상, 방대한 양... 크고 높은 것들을 바라보며 달리는 데에만 익숙했다. 저걸 뛰어넘으면 더 성장할 수 있다고, 이것만 견디면 나는 뭐든 할 수 있게 된다고. 다짐인지 최면인지 모를 것들로 스스로를 담금질하며 질주하는 방법밖에 몰랐다. 그 거리감을 메우려 노력한 시간들 덕에 그래도 이만치 왔다 싶다가도, 때론 그 ‘괴리’들로 너무나 쉽게 지쳐버리곤 했다. 해내지 못할까봐 전전긍긍하고 이루지 못해 좌절했으며 상처입었고 예민해졌다.

문득, 모처럼의 여유를 맞아 늘어지게 누워 책을 읽다 생각했다. 나는 ‘조금’의 힘을 너무도 과소평가하고 있었다고. 결국 나를 몰아세운 건 그 ‘하나’들이었다. 나도 이제 작은 것들에 충실해져야지. 적당히 무심해지고, 정도껏 대범해져야지. 조금씩, 하나씩. 페이지가 넘어가지 않는 책을 보며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끝나지 않는 듯한 ‘그들’의 공세에도 너무 주눅들지 말자. 딱 한 걸음씩만 더 나아가는 거다. 하나씩, 조금씩. 나와 세상을 바꾸는 건 결국 이렇게도 작은 것일 테니, 하나씩, 조금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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