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비밀의 화원/일상

이야기의 행방

by 디어샬럿 2018. 1. 25.


이 일을 하다보면 이따금 ‘선택’되지 못한 이야기들의 행방이 궁금해질 때가 있다. 차라리 선택되지 못했다면 최후까지 아슬아슬하게나마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 실리지 못한 편이 마음이나마 덜 아프겠다 싶은, 그래도 딴에는 나의 온기와 지문을 조금은 묻힌 어떤 사건들 말이다. 가끔은 여기저기 오려지다 결국 이도저도 아닌 채 버려졌을 게 뻔한 삶의 단면들을 윤전기 앞 쓰레기통에서 뒤적여보고픈 유혹을 느낄 적도 있다. 찰나의 시선이 미처 건져내지 못한, 홀로 조용히 반짝이고 있을 미지의 삶과 사무치게 마주하고 싶을 때가 있다. ‘간택’이라고 말해야 좋을지 모를 그 작업에서 배제된, 그래도 누군가는 공들여 닦아낸 어떤 순간의 집약들이 간 곳이 알고 싶어지는, 이 고장으론 낯선 한파의 아침.

'비밀의 화원 >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나씩, 조금씩  (0) 2018.02.23
현실-꿈  (0) 2018.01.26
어느 고요  (0) 2018.01.23
이런 거 은근히 재미있으니 해 보는  (0) 2018.01.21
롤러코스터  (0) 2018.01.18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