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비밀의 화원/일상

이야기와의 조우

by 디어샬럿 2018. 3. 1.

일주일 남짓 내리 책 세 권을 읽었다. 회사 이름을 욱여넣으며 검색창에서 보내던 출근길 45분 여를 독서로 완전히 대체하기 시작한 다음부터다. 이어질 이야기가 궁금해 점심시간도 반납하고 퇴근길에도 책을 붙잡는다. 가만히 생각하니 하루에 최소 2시간은 2차원의 삶과 마주하는 셈이다. 덕분에 아주 조금씩, 변화는 감지되고 있다. 입사 후 나를 떠나버린 것만 같았던 언어들이 하나둘씩 돌아오고 있다. 아주 물러나 버린 건 아닐까 걱정했던 이야기들과도 만났다. 아니, 실은 거기 있었는데 내가 제대로 돌아보지 않은 건지도 모른다.

나도 모르는 새 다시 내 앞에 마주선 이야기 덕에 요 며칠 행복하고 뿌듯했다. “참 잘 썼네”라는 무던한 칭찬부터 “소설 쓰면 잘 하겠네”라는 농담의 농도가 더 짙은 첨언까지, 생각지 못한 곳에서 빛난 나의 글 몇 자 덕에 예상치도 못한 말들을 듣는다. 이런 말을 듣는 사람이 한때 정말 간절히 되고 싶었는데, 그 무렵의 상상의 언덕 너머에 있는 지금 하나씩 그런 말들을 듣는다. 조금은 얼떨떨하면서도, 기쁘다. 그래서 더욱 열심히, 혹은 맹렬히, 잠깐 헤어졌던 나만의 언어들을 되찾기 위해 읽는다. 롤랑 바르트를 뒤적이다, 무어라도 남겨야 할 것 같아 잠깐.

'비밀의 화원 >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만취  (0) 2018.03.14
분노의 계절  (0) 2018.03.05
하나씩, 조금씩  (0) 2018.02.23
현실-꿈  (0) 2018.01.26
이야기의 행방  (0) 2018.01.25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