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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과 편린 사이/음악

사람은 누구나 슬픈 수수께끼를 숨기며 살아가요

by 디어샬럿 2018. 2. 4.

 

킨키키즈를 정말로 좋아했었다. 이제는 자연스레 "했었다"는 과거형으로 갈무리되는 듯도 한 애정이지만, 실은 참 많이 좋아했던 그룹이었다. 킨키 노래로 위안을 많이 받았고, 킨키 덕에 일본어 공부도 열심히(!) 했다. 아마도 콘서트도 그렇게 열심히 다닌 가수조차 킨키키즈가 처음이자 마지막이 아닐지. 아이돌 ― 게다가 쟈니즈 출신이기까지 하지만 킨키만은 그 편견들 속에서도 철저히 예외적인 존재였다고 지금도 확신한다. 킨키는 노래가 참 좋았다. 도모토 코이치와 쯔요시라는, 전혀 다른 색채의 두 남자가 빚어내는 이 그룹만의 독특한 빛깔도 매력적이었다. 매력적...이라는 말론 채 다 담아낼 수 없는, 그 시절의 내가 품었던 이 그룹에 대한 간절한 애정을 무어라 더 일러야 할지... 아직은 그때의 그 마음들을 조금 더 객관적으로 표현할 적확한 언어가 미처 생각나지 않는다.

이따금 무슨 바람이 부는지 지난 노래가 생각이 난다. 킨키 노래는 그 중 단연 일등이다. 새벽녘에 문득 킨키 생각이 나 이리저리 검색을 하다, 쯔요시 '투병'이란 단어에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다 지나고 식은 애정이라도 아직 '예전 오빠'의 소식은 가슴 한 켠을 아리게 한다. 가뜩이나 몸도 마음도 약했던 사람이라 더 그런 것 같다. 그의 소식들을 훑어보다 럽파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어쩌면 그에겐 삶 이상일지 모를 음악을, 어쩌면 오롯이 해내기 힘들게 될지도 모를, 어쩌면 음악인으로서는 절체절명의 상황인 속에서도, 쯔요시는 내가 좋아했던 때도 그랬듯 용감히 자신의 아픔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 사람 성격만큼이나 조심스럽고 다정한 그 '근황'의 단어들은, 너무나 정제되어 읽는 이를 슬프게 했다. 행여나 자신의 글로 걱정할 누군가들을 위해 슬픔을 희석하고 여과한 배려가 나를 울렸다. 십 년이 지나도 쯔요시는 쯔요시구나. 오랜만에 럽파를 한 글자 한 글자 곱씹으며, 십여 년 전엔 미처 온전히 소화하지 못했던 그 단어들을 가슴으로 알알이 박아넣으며, 진심을 다해 그를 응원했다.

하고 많은 노래 중에 이상하게도 이 곡이 맴돈다. 이제 갓 변성기를 넘긴 열일곱 즈음의 킨키가 부르는, 풋풋한 멜로디와 지나간 시간이 주는 특유의 '과한 청춘의 감성'에 숨은 가사를 유독 좋아했던 노래. 언젠가 아저씨들이 했던 말마따나, 이런 노래를 어려서부터 부를 수 있었던 킨키키즈는 어떤 의미에선 참 복이 많았다. 이런 노래를 들을 수 있었던 나 역시도. 쟈니즈의 민감한 저작권 탓인지 노래를 모두 담은 영상은 도무지 찾을 수가 없고, 열일곱 무렵의 빛나는 쯔요시의 긴다이치 엔딩 버전을 모처럼 보며 잠깐 빠져드는 어느 애정의 시간. "사람은 누구나 슬픈 수수께끼를 숨기며 살아가요." ...오빠 그러니 건강합시다!

 

戀はミステリ- 人は胸に 悲しい謎をかくして生きている
사랑은 미스테리, 사람들은 가슴에 슬픈 수수께끼를 숨기며 살고 있어요
戀はミステリ- 誰かぼくの 胸のナイフを靜かに拔いてくれ
사랑은 미스테리, 누군가 내 가슴의 나이프를 조용히 빼 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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