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비밀의 화원/일상

사진을 보다가

by 디어샬럿 2017. 2. 17.

 

담박하면서도 진실된 위로를 항상 하고 싶었다. 울퉁불퉁한 구석 없이 자연스럽게 마음을 전하는 언어를 건네고팠다. 나의 위로에는 어딘지 과한 습기가 있었다. 습도를 조절하다보니 이번엔 냉기가 돌았다. 온도와 습도를 계산하다보니 입술을 맴도는 건 더 이상 나의 것이 아닌 말들. 성길지언정 내 것이기는 했던 마음들을 전할걸, 몇 번이나 뒤돌아 한숨을 내쉬었다. 고심한 흔적이 스친 말이란 대개 지면에서나 어울리는 법이다. 고르고 고르다 뻣뻣하고 질긴 활자만 남게 되는 듯한 요사이 나의 위안. 마음들은 구획한 듯 네모반듯하고 말들은 틈이라곤 없이 촘촘히 교합해 있다. 이런 말을 받는 이들의 마음이 과연 어떨지. 이미 누군가에게로 전송한 나의 언어들을 질겅질겅 되씹으며, 부쩍 그런 생각을 했다.

N언니에게 보낸 위로문을 떠올리면 한 달 여가 지난 지금까지도 멈칫하게 된다. 왜 그런 말을 했을까, 더 좋은 말은 없었을까, 정녕 그뿐인 말이었을까. 언니에게 닥친 슬픔 앞에 무슨 말을 건네얄지 몰랐다. 모든 언어들을 무력케 하는 어둠 앞에서 나는 발을 동동 구르는 심정으로 초조하고 슬픈 위로를 건넸다. 정말이지 서툴기 짝이 없는 말들이었다. 때론 얼굴이 달아오를 정도로 부끄럽기 그지없었다. 나의 위안은 언제쯤 자리를 찾을 수 있을까. 고민할수록 더더욱 잡히지 않는 언어와 멀어지는 마음을, 아직까진 어떻게 해얄지 잘 모르겠다. 살뜰하거나 소담스럽지 않아도 좋으니, 일상의 말로도 충분한 위안을 건네보고 싶다. 만사는, 항상 그 적정선이 문제다.

한 달 만에 메신저 프로필 사진으로 본 언니는 일상을 잘 추스르고 있었다. 아주 작은 일상의 단면으로도 묵묵하고 치열한 생의 의지가 느껴졌다. 언니에겐 따뜻하면서도 굳건한 생명력 같은 게 있었다. 나는 언니의 그런 점을 항상 좋아했다. 언니만 잘 지낸다면 돌아오지 않은 말들이야 상관 없었다. 나날을 견디는 언니와 아름다운 미소들에 조금, 눈물이 났다. 언니가 행복했으면, 이젠 좋은 날들만 가득했으면. 진심으로 그랬으면 좋겠다.

 

'비밀의 화원 >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런 날  (0) 2017.04.23
평범한 말들의 힘  (0) 2017.02.19
  (0) 2017.01.29
이렇게까지 해야 돼?  (0) 2017.01.26
섣부른 마음 후에  (0) 2017.01.2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