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쓰려 해도 헤어나오지 못하는 날이 있다. 마음의 습기를 도무지 감당해 낼 수가 없는 날이 있다. 오늘이 그랬다. 어린 날의 소중한 분을 더는 뵙지 못하게 됨을 인지하고 돌아서는 발걸음을 따라, 길 한복판에서 울었다. 어느덧 흐른 날들과 지나치게도 무심했던 내가, 겹겹이 내려앉은 시간의 더께를 뚫고 걸음마다 되살아났다.
생각해보면 정말로 고마운 분이었다. 내가 그분의 입장이었다면, 그렇게 순수한 마음만으로 누군가를 품어줄 수 있었을까. 이제 와서야 선생님의 큰 마음을 피부로 느끼게 된다. 이 나이가 되고서야 선생님이 그으셨던 선들이 얼마나 대단한 것들이었는지를 깨닫는다. 나의 지평에선 감히 이를 수도 없는, 선생님의 업적과 사랑을 곱씹으며 울고 또 울었다. 나는 참 미숙하고 어리석었다.
선생님을 진심으로 존경했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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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지 않으려고 했는데. 이런 날이 있다. 애쓰려 해도 어쩔 수 없는, 기어이 무너지고야 만 이런 날이, 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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