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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과 편린 사이/책

<소리와 분노>, 윌리엄 포크너

by 디어샬럿 2015. 10. 19.

 

 

 

 

 

-- 진열창 안에는 시계가 열두어 개 있었는데, 그 열두어 개의 시간이 모두 제각각이었다. 시곗바늘이 없는 내 시계처럼 저마다 자기주장이 강하고 양립하지 않는 확신에 차 있었다. 서로 틀리다고 반박했다. (p.113)

 

 

-- 시계는 시간을 죽인다는 아버지의 말 때문이었다. 아버지는 작은 톱니바퀴들에 의해 째깍째깍 기록되는 한 시간은 죽은 것이며, 시계가 멈출 때에야 비로소 시간이 살아난다고 했다. (p.113)

 

 

-- 다시. 존재의 과거형보다 슬픈 말. 다시. 무엇보다 슬픈 말. 다시. (p.128)

 

 

-- 고향에서 팔월이 끝나갈 무렵이면 이런 날들이 있다. 이렇게 산소가 희박하고 열망으로 가득한 날들이, 서글프고 향수 어린 친숙한 무언가가 느껴지는 날들이. 아버지는 인간은 자신이 경험하는 기후의 총합이라고 했다. 인간은 기타 이런저런 것들의 총합이야. 불순한 속성들로 이루어진 하나의 문제야. 이 문제는 끈덕지게 변함없는 무(無)로 이끌리는데, 이 무는 흙과 욕망의 교착상태야. (p.165)

 

 

-- 사십오분 종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첫 음이 울렸다. 정연하고 평온했으며 고요하게 단호했다. 그 첫 음은 다음 음을 위해 서두르지 않는 정적을 비워냈다. 바로 그것이다. 사람들이 그런 식으로 끊임없이 서로 바뀔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불길처럼 합체되어 순간적으로 소용돌이치며 솟아올라 서늘한 영원한 어둠 속을 오르는 중에 깨끗이 꺼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p.234)

 

 

-- 그리고 아버지는 우리는 그냥 깨어 있다가 잠시 악이 행해지는 것을 봐야 한다 하기에 내가 용기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그리 오래 깨어 있을 것 없어요 하니 아버지가 너는 그게 용기라고 생각하느냐 하여 내가 네 아버지 아버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세요 하니 아버지가 사람이란 제각기 다 자기 미덕의 결정권자야 네가 그걸 용기라고 생각하느냐 아니냐가 그 행동 자체보다 또 그 어떤 행동보다 더 중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진지하지 않은 것이지 (pp.234-235)

 

 

-- 그리고 이상한 일은 말이야 우연히 잉태되어 숨 쉬는 매순간이 자신에게 불리한 협잡 주사위를 매번 새로이 던지는 듯한 삶을 사는 사람은 자기가 이미 알고 있는 최후의 도달점을 직시하지 않으려 한다는 거야 폭력에서부터 어린애도 안 속는 시시한 속임수에 이르는 모든 수단을 시도하는 일 없이 대담하게 직시해야 하는데도 말이야 그러다가 어느 날 모든 게 싫어져 맹목적으로 단 한 번 뒤집은 카드에 모든 것을 위험에 내맡기는 것이지 절망이나 회한이나 사별 앞에 처음 느끼는 분노로 그러는 사람은 없어 절망이나 회한이나 사별조차 그 음험한 주사위를 던지는 사람에게는 특별히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에만 그러거든 (p.236)

 

 

-- 사랑이나 슬픔은 계획 없이 구입한 채권과 같아서 싫든 좋든 만기가 닥치면 예고 없이 회수되어 그때 폭군들이 발행하는 것으로 교체된다는 생각은 믿기 어렵지 (p.236)

 

 

-- 아버지가 사람이란 다 자기 미덕의 결정권자니라 그러나 다른 사람이 네 행복을 규정하지 않도록 해 하기에 내가 잠깐 동안이에요 하자 아버지가 존재의 과거형은 가장 슬픈 말이야 세상에 그보다 슬픈 말은 없단다 절망도 시간이 흘러가야 있을 수 있지 시간조차 그 존재가 과거가 되지 않으면 시간이 아니니까 (p.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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